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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렛 퍼터가 대세!

조인성 기자2018.10.23 오전 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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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렛이 대세’라는 샘플은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최근의 경향을 아주 잘 대변한다. 타이거 우즈는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퍼터를 교체했다. 메이저 대회 14승을 포함해 투어에서 79승을 함께했던 블레이드 퍼터를 내려놓고 말렛 퍼터를 처음으로 손에 잡았다. 우즈가 말렛 퍼터를 테스트 하는 사진이 골프 전문 사이트에 올라왔을 때는 아이언에 그라파이트 샤프트를 끼운 것처럼 낯설고, 어색했다. 우즈는 언제나 날렵하고 단단해 보이는 스카티 카메론의 퍼터를 들고 있었다. ‘앤서’ 스타일의, 블레이드 디자인의 대표 모델 중 하나인 뉴포트2 GSS였다.

우즈는 지난해 12월 히어로월드챌린지로 복귀한 이후 시즌 내내 퍼팅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우즈가 투어에서 우승을 했던 공식은 아주 단순했다. 정교한 어프로치에 이은 확률 높은 퍼팅이었다. 그런데 퍼팅이 무뎌지면서 스코어를 끌어올리지 못했고,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부상을 이겨내고 기적처럼 몸을 완전히 회복해 클럽 헤드 스피드는 최대 120마일(193km/h)까지 나왔고 드라이브 샷 300야드를 넘나든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인 날카로운 퍼팅을 잃은 우즈가 선택한 것은 퍼터 교체였다.

뉴포트2 GSS에서 아드모어3로 교체
우즈가 선택한 모델은 테일러메이드의 TP블랙 쿠퍼 아드모어3였다. 말렛 중 그나마 작은 사이즈의 헤드를 가진 모델이었다. 퍼터 교체는 성공적이었다. 우즈는 아드모어3를 백에 넣고 출전한PGA챔피언십에서 정규타수 내(GIR) 홀 당 퍼팅 수 1.635개(대회 4위), 스트로크 게인(Stroke Gained : 타수 혜택, 줄여서 SG) 퍼팅 5.053(대회 10위)이라는 빼어난 결과물을 내놨다. SG 퍼팅 ‘5.053’이라는 것은 우즈가 같은 대회에 출전한 선수 평균보다 퍼팅으로 5타의 이득을 봤다는 의미다. PGA챔피언십에서의 결과는 시즌 평균보다 우수한 기록이었다. PGA챔피언십을 포함한 우즈의 홀 당 평균 퍼팅 수는 1.749개(투어 40위), SG 퍼팅은 0.230(투어 52위)이었다. 우즈는 퍼팅의 호조에 힘입어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이 대회를 2위로 마쳤다.

말렛으로 영점 조정을 확실하게 끝낸 우즈는 다시 블레이드로 돌아갔다. 가을 시리즈인 BMW챔피언십에서 블레이드 디자인의 퍼터를 다시 테스트했다. 테일레메이드의 블레이드인 주노 모델이었다. 가을 시리즈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에서는 손에 익숙한 뉴포트2 GSS를 다시 가지고 나왔지만 퍼팅에서 난조에 빠진다면 언제라도 말렛으로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은 남아있다. 다시 위기에 빠진다면 말렛이 좋은 대체재가 될 것이라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말렛의 최대 수혜자는 더스틴 존슨
말렛 디자인의 가장 큰 혜택을 본 선수는 더스틴 존슨이다. 지난 2007년 프로에 데뷔 한 존슨은 올해까지 통산 20승에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있고, 최근까지 세계 랭킹 1위였다. 드라이브 샷 300야드 이상을 뿜어내는 투어 최장타자이기도 한 그가 투어에서 넘버1이 된 계기는 퍼터 교체였다.

존슨은 2008년 미국PGA투어에서 풀 타임 활약을 하면서 2015년까지 해마다 1승 이상(2010년은 2승)을 거두었지만 요즘처럼 투어를 완전 장악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쇼트 게임과 퍼팅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존슨이 투어 생활 중 지우고 싶은 퍼팅 기억은 아마도 2015년의 US오픈일 것이다. US오픈 최종일 18번 홀에서 존슨은 2온에 성공하면서 4 m짜리 이글 퍼팅을 남겨두고 있었다. 이글에 성공한다면 자신의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가져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이글 퍼팅은 홀을 비켜 지나갔고 남은 1.2m의 버디 퍼팅마저도 넣지 못했다. 4m의 거리를 세 번 만에 끝낸 존슨은 오랫동안 고개를 들지 않았다.

거의 손에 잡았던 우승을 헌납한 트라우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팽배했지만 존슨은 2016 시즌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시즌 이후 코치와 쇼트 게임 개선에 전력했고 퍼터를 말렛으로 교체한 것이 원동력이 됐다.

존슨이 US오픈에서 바보같은 3 퍼팅을 했을 때 사용했던 퍼터는 스카티 카메론의 투어 뉴포트2 GSS 프로토 타입이었다. 존슨은 이 블레이드 디자인의 퍼터를 백에서 꺼낸 빈 자리에 말렛 모델을 채워 넣었다. 페이스 뒤쪽을 길게 연장한 빅 사이즈의 테일러메이드 고스트 스파이더 잇시비시(Itsy Bitsy)모델이었다. 현재 그가 사용하고 테일러메이드의 간판 모델이 된 스파이더의 초창기 모델이다.

2015시즌에 존슨은 라운드 당 퍼팅 수 28.47개(23위), SG 퍼팅은 0.128(71위)이었다. 말렛으로 퍼터로 바꾸고 난 2016 시즌은 라운드 당 퍼팅 수는 엇비슷했지만(28.49개, 투어 19위) SG 퍼팅은 0.281(37위)로 향상됐다. 말렛을 사용한지 3년째 되는 올해는 라운드 당 퍼팅 수 28.21개(9위), SG퍼팅은 0.371(25위)까지 올라왔다.

퍼팅의 호조에 힙입어 존슨은 2016년에 처음으로 시즌 3승을 거뒀고 그 중 한 번을 3퍼팅으로 놓쳤던 US오픈으로 채웠다. 그해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상금 1위(936만5185달러)도 차지했다. 2017년에는 총 4승을 거뒀고 올해는 다시 3번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두 번째로 상금 1위(841만4921달러)에 올랐다.

미국PGA투어 말렛 퍼터 사용 비율 56%
용품 전문가인 앤드류 터스키가 미국의 한 골프 용품 전문 사이트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미국PGA투어 ‘SG퍼팅’ 상위 50위 중에는 더스틴 존슨처럼 말렛 퍼터 사용 비율이 블레이드 보다 높다. 2018 시즌 SG 퍼팅 부분 1위인 제이슨 데이를 비롯해 28명이 말렛 퍼터를 사용한다. 사용률 56%다. 블레이드 디자인은 SG퍼팅 2위인 필 미켈슨을 비롯 22명이 사용하고 있다.

44%의 사용률이다. SG 퍼팅 ‘톱10’으로 범위를 좁히면 말렛 퍼터를 더 많이 사용한다. 제이슨 데이(1위), 그렉 차머스(3위), 바우 호셀러(10위) 등 8명이다.
코리안투어에서의 말렛 퍼터 사용률은 더 높다. 최근에 끝난 코리안투어와 아시안투어 공동 주최의 신한동해오픈에서 말렛 퍼터 사용률은 65%였다. 같은 주에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투어 올포유챔피언십에서는 말렛 퍼터 사용률이 무려 77%였다.

말렛 퍼터가 대중적으로 존재를 알리고 투어 프로에게 애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캘러웨이가 미국골프협회(USGA)의 공인을 받지 못하고 오리지널 모델에 총 34번의 디자인 변경을 하는 우여곡절 끝에 2002년 첫 선을 보인 오디세이 2볼이 그 시발점이다. 이 2볼 퍼터는 아니카 소렌스탐이 사용하면서 더욱 큰 인기몰이를 했다. 2볼 퍼터는 첫 출시 이후 16년이 흐른 현재도 말렛 퍼터의 상징으로 베스트셀러의 위상을 잃지 않고 있다.

쉬운 얼라인먼트, 큰 관용성
2볼 퍼터가 인기를 얻었던 원인이 말렛 디자인의 일반적인 특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볼 퍼터는 백 페이스에 볼 두 개를 나란히 놓은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실제 볼과 같은 크기를 적용한 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녹여낸 이 디자인은 얼라인먼트를 쉽게 해준다. 대다수의 말렛 퍼터는 쉬운 얼라인먼트를 위한 각종 장치를 가지고 있다. 2볼 퍼터는 슈퍼 게임 향샹용 아이언처럼 구조적으로 높은 관용성도 가지고 있다. 볼이 페이스 어느 부분에 맞더라도 볼을 똑바로 굴려준다.

블레이드는 로우 핸디캐퍼, 말렛은 하이 핸디캐퍼에게 적합하다는 평가는 맞을까? 부분적으로는 맞지만 전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블레이드는 토 플로우(Toe Flow)가 크고, 말렛은 페이스 밸런스드(Face balanced)가 일반적이다. 퍼터를 손가락으로만 지탱해보았을 때, 헤드의 토쪽이 지면을 향한다면 토 플로어, 토가 힐과 평행한 선상에 있다면 페이스 밸런스드다. 페이스 밸런스드는 백 스트로크 때 손목을 많이 쓰거나 궤도가 안쪽으로 치우치는 스타일의 골퍼에게 일관된 스트로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델이다.

스카티 카메론 “헤드 선택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취향”
‘퍼터의 명장’ 스카티 카메론도 블레이드인지 말렛인지는 수준이나 실력이 아니라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이라고 강조했다. “골퍼마다 자신이 선호하는 퍼터 헤드 디자인과 자신이 추구하는 셋업에 적합한 디자인이 있다. 각각의 골퍼가 퍼팅 궤도와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선호하는 디자인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취향에 맞춰 헤드 디자인을 선택해야 한다.”

스카티 카메론을 사사한, 타이틀리스트 리더십 팀의 서동주 팀장은 말렛 퍼터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 설명했다. “말렛 디자인 퍼터는 대부분 지면에 밀착된 형태로 시각적 심리적으로 안정을 준다. 여기다 볼이 어디에 맞아도 똑바로 갈 수 있는 관성모멘트(MOI)를 극대화한 디자인으로 헤드가 뒤틀리는 현상이 블레이드 디자인보다 매우 적다. 따라서 쇼트 퍼팅에 어려움이 있는 선수가 말렛을 더욱 선호하는 것같다.”

코리안투어와 KLPGA투어 퍼터 사용률 1위인 오디세이를 전개하는 캘러웨이의 한 관계자는 “말렛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심리적인 안정이 가장 큰 것 같다”고 했다. “헤드 뒤쪽이 길어 앞뒤로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스위트 에리어 역시 넓고 광범위해 스트로크가 편하다는 것도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조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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