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가 김세영과의 올 시즌 최종일 승부에서 2승2패의 균형을 맞췄다.
박인비가 이번에도 기적을 용납하지 않았다.
올 시즌 한국 자매의 최다승 경신을 주도하고 있는 박인비와 김세영은 마지막 날 우승 경쟁을 펼치는 횟수가 많다. 16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도 챔피언 조에서 우승컵을 다퉜고, 박인비가 5타 차로 승리했다. 이로써 박인비는 올 시즌 김세영과 최종일 전적에서 2승2패 균형을 이뤘다.
‘침묵의 암살자’ 앞에서 빨간 바지의 마법은 통하지 않았다. 짧은 반바지를 입고 나온 김세영은 다시 기적을 꿈꿨다. 그는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과 롯데 챔피언십에서 최종일 박인비를 상대로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바하마 클래식에서 연장 끝에 LPGA 투어 첫 승을 신고했다. 롯데 챔피언십에서는 기적 같은 칩인 파-샷 이글로 박인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며 시즌 2승을 챙겼다.
하지만 2번 패했던 박인비는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전의를 불태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김세영에 압승을 거뒀다. 2타 차로 선두로 출발한 박인비는 한 번도 리드를 뺏기지 않고 여자 PGA 챔피언십 3연패에 성공하며 ‘김세영 징크스’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로레나 오초아 챔피언십에서도 ‘골프 여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김세영의 초반 추격은 무서웠다. 1번 홀 버디, 2번 홀 이글로 단숨에 3타를 줄이며 추격했다. ‘기적을 몰고 다니는 선수’라고 평했던 김세영이 무섭게 치고 올라와 당황할 만했다. 하지만 박인비는 포커 페이스를 유지했고, 2번 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1타 차 리드를 지켰다. 4번 홀에서 김세영이 보기를 하며 뒤로 물러났고, 박인비가 버디를 잡으면서 다시 3타 차가 됐다.
흔들림 없이 자신의 경기에만 집중했던 박인비는 이후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전반에 보기 없이 버디만 3개 낚으며 안정적인 경기를 했다. 후반 들어 더욱 예리한 퍼트 감을 드러냈다. 김세영이 9번부터 3연속 버디를 낚으며 압박했지만 박인비는 10, 11번 2연속 버디로 응수했다. 이후 김세영은 과감하게 경기했으나 타수를 줄이지는 못했고, 박인비는 13번 홀에서 5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더 달아나며 승부를 결정 지었다.
박인비가 보기 없이 무결점 경기를 펼쳤고, 둘의 타수 차는 5타로 벌어진 채 마감됐다. 페어웨이와 그린을 1번 밖에 놓치지 않았고, 27개 퍼트를 했던 박인비는 여자 PGA 챔피언십 때처럼 난공불락의 경기를 보여주며 시즌 5승을 챙겼다. 장기인 퍼트가 들어 가는 날에는 누구도 박인비를 이길 수 없다.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는 이날 본인의 생애 베스트 스코어인 9언더파 63타를 쳤지만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서 평균 26.5개의 퍼트를 기록했다. 그는 “이렇게 퍼트가 잘 된 대회는 정말 오랜 만인 것 같다. 완벽한 경기였다”고 활짝 웃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