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한국인 세 번째 상금왕을 꿈꿨던 김형성(33·현대하이스코)의 목표가 좌절됐다. 김형성은 올 시즌 마지막 두 개 대회를 남겨 놓고 상금왕 역전을 노렸지만 상금랭킹 1위 마쓰야마 히데키(21·일본)가 JGTO 카시오 월드 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1일 일본 고치현 구로시오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전날 공동 14위로 떨어졌던 김형성은 이날 정말 후회없는 샷을 터트렸다. 물론 첫 홀을 더블보기로 시작해 그의 얼굴은 침통한 표정이 감돌았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주저앉을 김형성이 아니었다. 5번 홀에서 첫 버디를 잡아낸 그는 7, 8, 9, 10번 홀에서 4홀 연속 버디로 빠르게 스코어를 줄여 나갔다. 13번 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했다. 그런데 16번 홀에서 또 다시 불운한 더블보기가 나왔다. 김형성은 말없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이글로 그 아쉬움을 달랬다. 최종합계 5언더파 공동 7위. 상금은 568만4000엔. 김형성은 이로써 마지막 최종전을 남겨 놓고 시즌 상금누계 1억2381만엔으로 랭킹 2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우승컵은 올 시즌 루키로 이번 대회까지 4승을 쓸어담은 마쓰야마에게 돌아갔다. 단독 선두로 출발한 마쓰야마는 버디 4개, 보기 2개로 2타를 줄여 최종합계 12언더파로 이케다 유타(28·일본·11언더파)를 1타 차로 꺾고 우승했다. 마쓰야마는 10번 홀까지 버디만 6개를 잡아내며 맹추격을 펼쳐 온 이케다에게 한 때 선두를 내줘 역전패의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이케다가 13번 홀과 16, 17번 홀에서 잇따라 보기를 하는 바람에 신승했다. 결국 마쓰야마는 이 대회 우승상금 4000만엔을 획득하면서 시즌 상금누계 2억107만엔으로 최종전인 니폰 시리즈 JT컵의 성적에 관계없이 상금왕을 확정했다. JGTO 사상 신인 선수가 상금왕을 차지한 것은 마쓰야마가 처음이다. 마쓰야마는 상금랭킹 2위 김형성을 무려 7700만엔 차이로 따돌렸다. 김형성이 설령 최종전 우승으로 4000만엔을 보태더라도 이 차액을 뒤집을 수는 없다.
이제는 마지막 한 개 대회를 남겨놓고 2위 싸움이 시작됐다. 김형성은 현재 1억2381만엔으로 2위를 질주하고 있지만 가타야마 신고(40·일본·3위 1억1009만엔)의 추격을 받고 있다. 2위와 3위의 상금액 차이는 1372만엔이다. 김형성으로서는 마지막 대회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상금왕 역전은 정말 쉽지 않은 목표였다. 이미 4300만엔이 뒤져 있었기 때문에 이 대회에서 반드시 준우승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했는데 아쉽게 됐다. 그렇지만 랭킹 2위 자리는 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선수 중에서는 박성준(27)이 이날 3타를 줄인 끝에 최종합계 7언더파 공동 4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챔피언 황중곤(21)은 2언더파로 공동 17위로 대회를 마쳤다.
최창호 기자 ch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