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재미있는 팬 투표가 진행됐다.
4월 중순 자메이카에서 열리는 이벤트 대회인 '더 모조 6'라는 대회에 출전할 한 명의 선수를 팬 인기투표로 뽑는 것이었다.
이 대회에 나올 15명의 선수는 미리 정해진 가운데 한 명에 한해 팬 인기투표로 출전권을 주기로 했다.
출전이 확정된 15명은 신지애(22.미래에셋), 최나연(23.SK텔레콤), 김송희(22.하이트) 외에도 크리스티 커, 폴라 크리머, 모건 프레셀(이상 미국) 등 LPGA 투어에서도 내로라하는 선수들이었다.
마지막 한 명을 뽑는 팬 투표의 후보 12명에는 로라 데이비스(잉글랜드), 카트리나 매튜(스코틀랜드), 니콜 카스트랄리(미국) 등 쟁쟁한 선수들이 많았다.
그러나 가장 많은 표를 얻어 16번째 선수로 출전이 확정된 선수는 무명의 베아트리스 레카리(스페인)였다.
LPGA 투어 신인인 레카리는 많은 팬이 후보 명단에 올려진 그녀의 사진에 반해 표를 던진 것으로 추측된다.
12명의 후보에는 역시 '한 미모' 하는 산드라 갈(독일), 안나 로손(호주) 등이 있었지만 이들마저 제쳤을 정도니 레카리의 외모는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팬 투표에서 밀린 로손을 대회 운영팀에 초청해 시청자들과 만나는 리포터 형식의 역할을 맡겨 팬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사실 여자 선수들이 실력보다 외모로 평가받는다는 주장은 테니스 쪽에서도 있었다.
주요 메이저대회의 센터 코트에 랭킹이 높은 선수들이 서는 것이 아니라 외모가 빼어난 선수들이 우선 배당된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윔블던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에 실리기도 했다.
당시 세계 8위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와 27위 소라나 키르스테아(루마니아)의 경기가 센터 코트에 배정된 반면 2위였던 서리나 윌리엄스(미국)는 53위 로베르타 빈치(이탈리아)와 경기를 2번 코트에서 치러야 했다.
또 당시 랭킹 기준으로 45위였던 지젤라 둘코(아르헨티나)와 60위였던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9위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덴마크)와 59위 마리아 키릴렌코(러시아) 등 '예쁜' 선수들이 센터 코트를 누비는 동안 당시 1위였던 디나라 사피나(러시아)는 4회전에 가서야 처음 센터 코트를 배정받았다.
대회 조직위원회 대변인 조니 퍼킨스는 실제 "외모도 코트를 배정할 때 고려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올해 LPGA 투어 개막전이었던 2월 혼다 PTT LPGA 타일랜드 1라운드에서도 180㎝의 늘씬한 키가 돋보이는 '섹시 골퍼' 산드라 갈(독일)과 '골프계의 샤라포바'로 불리는 마리아 베르체노바(러시아)를 한 조에 묶는 '미모 마케팅'이 선을 보이기도 했다.
'운동 선수는 실력이 우선'이라는 주장과 '프로 스포츠에서는 선수의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지만 요즘 돌아가는 추세를 보면 후자 쪽 이야기가 힘을 얻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