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공주’ 폴라 크리머(미국)는 하나·외환 챔피언십에 올해 초 약혼한 6살 연상의 비행기 조종사 데릭 히스를 데리고 왔다. 크리머와 히스는 바늘과 실처럼 붙어 다니며 짬이 날 때마다 코스 곳곳에서 사랑을 속삭여 보는 이들의 염장을 질렀다. [사진 이지연기자]
지난 10월 중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
‘새 색시’ 박인비는 그 주 월요일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대회에 출전해 4위를 했다. 박인비의 주위에는 언제나 그랬듯 새 신랑 남기협씨가 그림자처럼 곁을 지켰다.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로 복귀한 박인비의 동력은 사랑이다. 2008년부터 프로 골퍼 출신 남씨와 교제한 박인비는 사랑의 힘으로 세계 정상을 정복했다. 남씨는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4년 간 우승을 못해 흔들렸던 박인비의 마음을 붙잡아줬다. 2012년 2승에 이어 지난해 메이저 대회 3연승을 포함 6승을 거둬 한국인 최초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 2연패에 오른 것도 남씨와 함께였기에 가능했다. 박인비는 “골프는 개인적인 운동인데다 투어 생활은 많이 외롭고 힘들다. 그러나 2012년부터 오빠와 함께 투어를 돌면서 힘을 얻었다. 믿을 수 있는 상대가 있어 골프가 더 잘 된다”고 했다.
보수적인 스포츠인 골프에서는 그동안 이성 친구를 숨기려는 성향이 강했다. 남자에 비해 여자는 더 심했다. 박인비가 3년 전 약혼 사실을 공개했을 때도 “여자 선수가 약혼자를 공개하면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왔다.
그러나 박인비가 약혼자와 함께 승승장구하자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톱 스타의 부인이나 여자 친구를 일컫는 왁스(WAGs·Wives and Girlfriends)와 달리 남편이나 남자 친구들은 밖으로 드러나는 법이 많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햅스(HABs·Husbands and Boyfriends)의 존재가 부각되고 있다.
‘핑크 공주’ 폴라 크리머(미국)는 하나·외환 챔피언십에 올해 초 약혼한 6살 연상의 비행기 조종사 데릭 히스를 데리고 왔다. 크리머와 히스는 바늘과 실처럼 붙어 다니며 짬이 날 때마다 코스 곳곳에서 사랑을 속삭여 보는 이들의 염장을 질렀다.
지난 7월 국가대항전인 인터내셔널크라운에서 스페인의 우승을 이끈 아자하라 무뇨스도 남자 친구 팀 비커스와 동행했다. 캐디 출신인 비커스는 2008년 미셸 위의 캐디로 활동했다. 투어에서 만나 사랑을 키운 둘은 7주 전 약혼한 뒤 박인비의 결혼식에 손을 꼭 잡고 나타나 부러움을 샀다.
LPGA 투어 통산 14승을 거둔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도 박인비의 결혼식에 스키 선수 출신인 남자 친구 크리스티안 데이비드를 데리고 왔다. 페테르센과 고향이 같은 데이비드는 지난해 말 친구들과 어울리는 자리에서 우연히 페테르센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기혼자였던 데이비드는 그 뒤 이혼했고, 페테르센과 함께 투어 생활을 하고 있다.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2위를 차지한 장타자 브리타니 린시컴(미국)의 남자 친구 데월드 고워스(남아공)는 여자 친구보다 더 장타자다. 고워스는 2008년 세계 최고의 장타 대회인 리맥스 월드 롱드라이브 챔피언십에서 415야드를 날려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2012년 장타 대회에서 만난 둘은 3년 째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오가며 사랑을 키워오고 있다.
올 시즌 2승을 거둔 제시카 코다(미국)도 남자 친구의 특별한 외조를 받고 있다. 코다는 지난해 US여자오픈 3라운드 도중 캐디를 해고한 뒤 남자 친구 조니 델프레이트에게 캐디 백을 맡기면서 남자 친구의 존재를 세상에 공개했다. 델프레이트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프로 골퍼다. 코다는 지난 달 남자 친구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며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지연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