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가 남은 대회에 상관없이 LPGA 투어 최연소 신인왕 수상을 확정했다. [사진 하나외환챔피언십]
타이거 우즈(39·미국)의 캐디로 유명한 스티브 윌리엄스(51·뉴질랜드)는 이미 2010년에 ‘여자 우즈’의 탄생을 점쳤다. 그는 “뉴질랜드의 어린 선수 한 명을 주시하라. 여자 우즈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수다. 출전하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예견했다. 그 소녀가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7·한국이름 고보경)다. 윌리엄스는 11세부터 자국에서 아마추어 대회를 휩쓴 ‘괴물 소녀’의 재능을 알아봤고, 리디아 고는 예견대로 세계 여자골프의 모든 기록들을 갈아치우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는 13일(한국시간) 홈페이지에 리디아 고의 신인왕 수상을 발표했다. 신인왕 포인트 1517점을 확보한 리디아 고는 남은 2개 대회 결과에 상관없이 이미림(24·우리투자증권·918점)을 따돌리고 LPGA 역대 최연소 신인왕에 올랐다. 두 선수의 점수 차가 599점인데 남은 2개 대회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 포인트는 450점이다.
LPGA는 “리디아 고가 계속해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17세 밖에 안 됐지만 벌써 최연소 우승, 최연소 100만 달러 돌파와 같은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1973년 당시 18세로 신인왕을 차지했던 로라 보(미국)가 종전까지 최연소 기록이었다.
리디아 고는 이미 LPGA에 대단한 족적을 남겼다. 2012년 1월 호주여자프로골프투어 뉴사우스웨일스 오픈에서 14세9개월5일로 남녀 프로 대회 통틀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12일 뒤에는 뉴질랜드 여자오픈을 석권하면서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최연소 챔피언 기록도 갈아치웠다.
2012년 8월에는 캐나다 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면서 LPGA 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도 세웠다. 2013년 이 대회에서 다시 우승하면서 아마추어로는 최초로 LPGA 투어 2연패라는 이정표도 남겼다.
리디아 고는 “목표 중 하나를 이뤄 기쁘고 여자골프의 전설들과 함께 신인왕 리스트에 이름을 새길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안니카 소렌스탐(44·스웨덴),카리 웹(40·호주), 박세리(37·KDB산은금융) 등 역대 신인왕 중 9명이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프로 전향 후에도 리디아 고의 천재성은 빛났다. 프로 전향 47일 만에 스윙잉스커츠 월드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우승했고, 올해 LPGA 투어에서도 2승을 챙기며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했다. 준우승 2차례를 포함해 총 13차례나 톱10에 드는 등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리디아 고는 주니어 시절부터 많은 훈련양 탓에 손목이 퉁퉁 부어오르는 증상이 있었다. 이런 통증에도 그는 흔들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LPGA 투어 경기에서 한 번도 컷 탈락한 적이 없다. 40개 대회 연속 컷 통과는 현역 선수 중 최다 기록이기도 하다.
완벽해 보이는 리디아 고지만 약점은 있다. 퍼트가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그는 29.66개의 평균 퍼트로 150여 명 가운데 27위에 머물고 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