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미첼 컴퍼니 오브 챔피언스 이후 9년 만에 우승한 크리스티나 김은 "이 자리에 오기까지 긴 여행을 했다"며 "내가 얼마나 많은 경기에서 우승에 실패했는지에 관계없이 나는 훌륭한 인생을 살았다. 이런 삶을 살아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사진 LPGA 홈페이지
17일(한국시간) 멕시코시티의 멕시코골프장에서 끝난 LPGA 투어 로레나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연장 두 번째 홀에서 파를 성공시켜 우승한 재미동포 크리스티나 김은 그린 위에서 펄쩍펄쩍 뛰어 올라 온 몸으로 환호했다. 그러나 이내 그의 두 눈은 눈물범벅이 됐다.
크리스티나 김은 LPGA 투어에서 가장 색깔있는 선수였다. 베레모 쓰고, 온 몸으로 제스쳐를 써가며 눈길을 끌었다. 2005년까지 2승을 한 정상급 선수였다.
그러나 방황이 시간이 길었다. 2005년 미첼 컴퍼니 오브 챔피언스 이후 9년 만의 우승. 대회로는 222경기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크리스티나 김은 "이 자리에 오기까지 긴 여행을 했다. 절친한 친구이자 이 대회 타이틀의 주인공인 오초아가 재기에 성공하는 데 많은 영향을 줬다"며 "내가 얼마나 많은 경기에서 우승에 실패했는지에 관계없이 나는 훌륭한 인생을 살았고, 이런 삶을 살아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음은 LPGA 투어와의 인터뷰.
지금 기분을 단어로 표현한다면?
“지금의 기분을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힘들다. 여러 감정이 교차된다. 현실이 아닌 것 같고 뭐라 설명이 안 된다. 이런 대단한 대회의 우승자가 돼 영광스럽고 자랑스럽다. 정말, 정말, 정말로 이 기분을 뭐라 설명하기가 힘들다.”
플레이오프에 들어갈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욕이 나왔다(웃음). 마지막 홀에서 짧은 퍼팅을 남겨놨고 완벽하게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멕시코골프장의 그린은 정말 어렵다. 내가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순간이었지만 퍼트를 하려는 순간 갑자기 머릿속이 멍해졌다. 플레이오프에 갈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오랜만이기도 했다. 만약 공 앞에 서서 끊임없이 자신에게 기회를 준다면 못 이룰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펑샨샨이 15번홀에서 칩인 버디를 했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나?
“LPGA 투어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최종 라운드에는 내가 잘 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적당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려고 했다. 5타 차 선두이긴 했지만 박인비가 6타 차였고, 펑샨샨이 5타 차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샨샨이 오늘 6언더파를 쳤다. 평샨샨의 플레이는 매우 좋았다. 내가 나무 주위에서 타수를 잃고 있을 때 펑샨샨은 정말 쉽게 경기를 풀어갔다.”
오늘 밤에 우승 축하 파티를 계획하고 있나?
“오늘 저녁 7시 45분 비행기를 타야했는데 놓쳤다. 그래서 멕시코에서 모든 사람들과 축하 파티를 할 예정이다.”
시작할 때 유리했지만 추격이 거셌다. 어떤 생각을 했나?
“지난 며칠간 늘 그랬듯이 여전히 버디를 만들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오초아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라고 생각했고, 그녀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더 많은 버디를 만들고 최선을 다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잠깐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리고 어떤 일이 생겨도 계속 내 페이스대로 쳐야겠다 생각했다. 내가 만약 우승할 거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운이 따를 거 같았다.”
로레나 오초아와 인연이 남다른데, 이 대회 우승의 의미는?
“이번 주 내내 오초아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초아는 내가 만났던 사람 중 가장 훌륭하고 영감을 주는 사람이었다. 내 인생의 절반 동안 오초아를 알고 지낸 것이 매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오초아는 유성같은 존재였다. 아주 빨리 골프업계에 큰 영향을 주고 은퇴했다. 오초아를 15년 동안 알아오면서 나 역시 그에게서 큰 영감을 받았다. 펑샨샨이 연장전에서 더 유리한 상황이었을 때 그가 이기길 바랬다. 내 퍼팅을 성공시키길 원했지만 모든 사람이 최선을 다하길 역시 바랬다. 누군가가 어려움을 겪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에게 이번 우승은 우승 이상의 의미다. 단지 이번 게임이 아니라 내 골프를 더 발전시킬 수 있게 됐다."
긴장감이 오늘 경기에 도움이 됐나?
“3라운드까지는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일요일에는 모르겠다. 사실 첫 홀에서 어떻게 티샷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와이어 투 와이어는 처음인데다 이런 상황을 겪은 게 참 오래됐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일요일이라는 것을 각인시켰다. 오늘 이후에는 더 이상의 경기가 없다고 말했다. 오늘은 정말 긴장이 됐지만 아시아에서 치러진 지난 6개 대회에서 일요일에 잘 쳤던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이지연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