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골프 캡쳐]
파라과이의 훌리에타 그라나다(29)가 100만 달러의 보너스가 걸린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 투어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쳐 선두로 나섰다. 그라나다는 100만 달러가 낯설지 않다. 그는 여자 골프에서 처음 나온 100만 달러의 주인공이었다.
2006년 11월 신인으로 당시 시즌 최종전인 ADT 챔피언십에서 우승, 현금 100만 달러를 가져갔다. 대회 도중 만 스무 살 생일을 맞은 그라나다는 생애 첫 우승을 여자 대회 사상 우승 상금이 가장 많은 대회에서 이뤄냈다. 운도 있었다.
3라운드까지의 성적이 다 말소되고 4라운드 성적으로만 경기해서 3라운드까지 1위였던 한국의 정일미의 어드밴티지가 사라졌다. 정일미는 4라운드에서 우승을 다퉜지만 16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하면서 밀려났다. 역시 여자 최고 상금을 사냥하던 카리 웹과 로레나 오초아는 똑같이 17번 홀에서 물에 빠져 100만 달러를 놓쳤다.
2007년엔 오초아가, 2008년엔 신지애가 100만 달러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이 대회는 없어졌다. 올해 상금이 아니라 보너스 형태로 다시 부활했다.
파라과이에서 14세 때 미국으로 건너간 그라나다는 어머니가 캐디다.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머니가 캐디를 하고 있다. 그라나다의 아버지는 파라과이에서 그린 키퍼였다. 모녀는 장학금을 받고 미국 플로리다의 레드베터 아카데미에 다녔다. 당시 모녀는 자동차가 없었다. 자전거로 다 해결했다.
2부 투어에 나가면서 12년 된 중고 자동차를 샀는데 첫 대회에 가던 중 고장이 났다. 카센터에 맡겼는데 수리비가 700달러였다고 한다. 수리비가 없었다. 첫 대회에서 돈을 벌지 못하면 투어를 다닐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대회에서 그라나다는 2등을 해 6500달러를 벌었다. 그라나다는 1부 투어에 올라와 최종전에서 100만 달러를 벌었다. 모녀는 레인지 로버 자동차를 샀다.
성공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다. 2년 후 상금랭킹 100위, 그 다음해에는 106위를 했다. Q스쿨을 오가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라나다는 “스무살 때 100만 달러를 받는 것은 멋진 일이었지만 그 돈을 받고 나서 다른 선수들이 더 노력할 때 나는 덜 했다. 그 동안 배고픔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그는 달라졌다. 27번 대회에 나와 26차례 컷을 통과하고 톱 10에 7번 들었다. 브리티니 여자 오픈과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 근처에도 가 봤다.
아쉽게도 그라나다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해도 100만 달러 보너스를 받지는 못한다. 랭킹 9위까지만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라나다는 50만 달러인 우승 상금을 기대할 수는 있다. 21일까지 그의 올 시즌 상금은 60만 달러가 넘는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상금 100만 달러를 넘긴다. 잭팟 100만 달러가 아니라 땀으로 일군 100만 달러인 셈이다.
그라나다는 “그 동안 여러 일을 겪으며 인간적으로 성숙하게 됐다”고 말했다. 8년 전 100만 달러를 받을 때와는 다른 미소가 그의 얼굴에 번졌다.
네이플스=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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