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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백규정 인터뷰②, 돌부처와 맹수의 진검승부

김두용 기자2014.12.31 오후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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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와 백규정의 스타일은 정반대다. 김효주가 정확하게 또박또박 치는 스타일이라면 백규정은 파워를 활용한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 얼굴에서 나오는 표정도 다르다. 김효주가 돌부처라면 백규정은 맹수다. 스스로를 잘 삭히는 성격인 김효주는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실수를 해도 평온한 상태를 끝까지 유지하려 한다. 위기 상황에서는 도리어 웃어버려 상대를 ‘멘붕’에 빠뜨리는 ‘멘털 갑’의 면모도 보인다. 반면 백규정은 샷과 기분에 따라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아직까지 수양이 필요한 아기 호랑이 같은 느낌이다.

김효주는 돌부처, 포커페이스라는 별명에 대해 “저도 사람인데 화가 왜 나지 않겠어요. 하지만 화를 내니 저한테 아무런 도움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빨리 잊으려고 노력하고 또 지나간 일은 금방 잊어버리는 성격이기도 해요”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김효주는 소울이 담긴 발라드 노래를 좋아하며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는 스타일이다. 한 때는 멘털 노트를 쓰기도 했다. 그는 “지금은 쓰지 않는데 가끔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예전에 썼던 것을 들춰보곤 한다. 한번 잡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한다”라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설명했다.

백규정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냥법을 터득하고 있다. LPGA 투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수많은 전투를 치러야겠지만 일단 날카로운 발톱을 가졌다는 점에서 ‘맹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는 “표정에서 곧바로 감정이 드러나는 게 사실이에요. 순간순간의 포효 같은 게 스스로에게 힘을 줘 플러스 요인이 되기도 해요. 반대로 감정을 숨기지 못하기 때문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보일 수도 있어요. 균형을 맞춰나가는 게 앞으로의 숙제인 것 같아요”라며 매서운 눈빛을 번쩍였다.

사람이고 경쟁자이니 만큼 서로의 장점에 부러울 때가 있다. 김효주는 백규정의 힘이 부럽다.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가 245야드 정도인 김효주는 백규정보다 15야드 정도 거리가 짧다. 그래서 그는 “규정이는 신체 조건도 좋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그런지 힘이 좋다. 자신이 노력해서 만든 결과물이다 보니 부러운 면이 있다”고 고백했다. 김효주는 “겨울 훈련을 통해 드라이브 샷 거리를 15야드 정도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신인상 경쟁자인 장타자 백규정, 김세영, 장하나에게 거리에서도 뒤처지지 않고 완벽해지고 싶은 김효주의 바람이다. 또 김효주는 백규정의 장점을 몰아치기로 꼽았다. “저도 그렇긴 한데 한 번 찬스를 잡으면 정말 무섭게 몰아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저보다 치고 올라가는 능력이 더 좋다”고 칭찬했다.

백규정은 김효주의 차분함이 부럽다. 그는 “나이답지 않게 성숙하고 차분한 부분은 제가 효주한테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치켜세웠다. 기복이 있는 편인 백규정에게 김효주의 꾸준함과 일관성도 뺏고 싶은 재능이다. 백규정은 “특별한 단점이 없는 것 같다”고 부러운 듯한 시선을 던졌다. 자신의 장점은 극대화시키고 싶어 한다. 173cm의 장신 백규정은 “막상 대회에 나가보니 거리가 평균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미셸 위나 렉시 톰슨, 브리타니 린시컴 등과 비교하면 확실히 모자란 부분이 있기 때문에 거리를 10~20야드를 늘려야 한다”고 거리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쇼트 게임은 영원히 보완해야 하는 공통적인 과제다. 특히 LPGA 투어는 국내 투어와는 달리 까다로운 코스 세팅 때문에 쇼트 게임 능력이 더 중요하다. 둘은 “확실히 국내 투어와는 수준 차이가 있다. LPGA 선수들은 거리도 거리지만 기술적인 부분도 뛰어나다. 샷 컨트롤 능력, 쇼트 게임 능력이 승부를 좌우하는 요소”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낯선 환경과 문화 적응을 위해 언어도 빨리 익혀야 한다. 김효주는 화상통화로 영어를 배우고 있고, 백규정도 혼자서 따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김효주는 선배들과 두루두루 친하다. 국내에서는 격식의 문제로 선배들의 눈 밖에 났던 백규정도 미국에서는 상하 위계질서 같은 게 없다며 반기고 있다. 백규정은 “미국에 가니 언니들이 정말 많이 챙겨주고 한국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서로 조금씩 의지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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