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의 기량을 안니카 소렌스탐이 보증했고, 이민지는 카리 웹으로부터 인정 받았다. [골프그린더, 3뉴스 홈페이지 캡쳐]
2015 시즌 뜨겁게 달굴 라이벌 열전 두 번째 주인공은 '10대 라이벌'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이민지(호주)다.
리디아 고는 항상 이민지보다 한 발 앞서 걸어갔다. 아마추어 시절에도 3년 연속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를 지켜 최고 아마추어 골퍼에게 수여되는 매코맥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반면 이민지는 리디아 고가 프로에 전향하자 아마추어 랭킹 1위를 물려 받았고 지난해 매코맥 메달을 목에 걸었다. 프로 데뷔도 리디아 고가 1년 더 빨랐다. 리디아 고는 2013년 11월 LPGA 투어 CME 투어 챔피언십에서 프로 데뷔전을 가졌다. 그로부터 1년 뒤 이민지는 메이저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프로무대 첫 발을 내디뎠다.
리디아 고는 무섭게 치고 나갔다. 프로 전향 한 달 반 만인 2013년 12월 대만에서 열린 스윙잉 스커츠 월드레이디스에서 데뷔 첫 우승을 신고했다. 지난해는 여자 골프 사상 최다 금액인 150만 달러 잭팟의 주인공이 됐고, 최연소 신인왕, 최연소 상금 100만 달러 돌파의 기록을 세우며 ‘리디아 연대기’를 거침없이 써내려갔다. 이 모습을 지켜본 라이벌 이민지의 마음은 편할리 없었다. 그러나 그는 “전혀 부러운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가 세운 목표대로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마이웨이를 선언했고, 지난해 LPGA Q스쿨 수석 합격의 영광을 누렸다.
지난해 이들은 프로 전향 후 첫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지난해 10월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 1, 2라운드에서다. 장군멍군을 주고받았다. 1라운드에서에는 이민지가 3언더파를 쳐 1오버파에 그친 리디아 고에게 완승을 거뒀다. 2라운드에서는 이민지가 무려 6타를 잃으며 무너졌고, 리디아 고는 3타를 줄이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최종 순위는 이민지가 높았다. 이민지는 최종 라운드에서 8언더파를 몰아쳐 공동 24위, 리디아 고는 29위에 자리했다.
둘은 공통적으로 강인한 멘털을 가졌다. 리디아 고는 골프 다이제스트와 인터뷰에서 “보기를 적고 나서 그 상황이 재밌어서 웃는다. 웃는 것이 골프를 치는데 더 낫다”고 말했다. ‘긍정 멘털’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민지도 “원래 잘 웃고, 웃는 것을 좋아한다. 화를 낸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다. 웃음으로 게임 밸런스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둘은 골프 밖에 생각하지 않는 ‘골프 바보’다. 여느 또래들처럼 이성 교제 등에 관심을 드러낼 법 한데 이들의 대답은 단호했다. 리디아 고는 “모든 것들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내가 생각해야 할 것은 흰 공을 쳐서 홀에 넣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민지도 “성인이 됐지만 남자친구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다. 지금 골프를 열심히 쳐서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 보면 꿈이 이뤄질 거라 믿는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리디아 고와 이민지는 모두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골프 여제’들에게 인정받았다. 리디아 고는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으로부터 “리디아는 탁월한 재능과 성숙미를 갖춰 경쟁자들도 좋아할 골퍼다. 전 세계 주니어 골퍼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들었다. 또 이민지는 LPGA 투어 통산 41승에 빛나는 카리 웹(호주)에게 호평을 받았다. 웹은 “나는 저 나이 때 저렇게 하지 못했다. 앞으로 골프팬들은 이민지가 펼치는 멋진 플레이를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라이벌이자 친한 사이인 둘은 공통 분모가 많지만 대학 진학을 앞두고는 엇갈린 선택을 했다. 리디아 고는 ‘한국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고 싶다’는 바람대로 올 3월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에 입학을 앞뒀다. 반면 이민지는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지금 대학에 가면 공부도, 운동도 제대로 못할 것 같다. 원래 여러 마리 토끼를 쫓기보다 하나를 똑바로 하는 것을 좋아한다. 투어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한 뒤 그 때 대학에 가서 제대로 수업을 받고 싶다”며 진학을 미뤘다.
리디아 고와 이민지는 올해부터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뜨거운 샷 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29일부터 열리는 LPGA 투어 개막전인 코츠 골프 챔피언십이 두 천재 골퍼의 라이벌전을 알리는 서막이 될 것이다.
서창우 기자 real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