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는 개막전인 코츠 골프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7타를 줄여 12언더파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남은 이틀을 잘 쳐서 존재감을 알리고 싶다.”
장하나(비씨카드)가 30일 코츠 골프 챔피언십 2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마친 뒤 꺼낸 첫 마디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공식 인터뷰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힌 장하나는 독기를 품은 듯하다. 1라운드에서의 아주 작은 해프닝이 장하나의 투지를 불태우게 만들었다.
장하나의 매니지먼트사에 따르면 ‘북한 선수 해프닝’이 실제로 있었다고 한다. 지난 29일 미국 무대 루키로 첫 티박스에 선 장하나는 자신이 멋지게 소개되는 걸 원했다. 하지만 1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선수를 소개하는 아내운서는 루키 장하나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 머뭇거렸다. 장하나의 국적에 대해 대회 관계자에게 ‘south korea? north korea?(북한 선수? 한국 선수?)'에 대한 문의를 했다는 것이다. 멋지게 티샷을 하려고 했는데 이런 얘기가 귀에 들리자 기분이 좋을리 없었다.
장하나는 1라운드가 끝난 뒤 황당하다는 듯 이 해프닝을 언론에 털어놨고, 팬들에게도 알려지게 됐다. 2013년 국내 투어의 상금왕과 대상을 차지했고, 지난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3위까지 했던 장하나이기에 충분히 빈정상할 만한 해프닝이다. 신인이긴 하지만 장하나의 세계랭킹은 21위로 상위 랭커다. 더군다나 장하나는 지난해까지 생각지도 못한 예선전까지 치러 이 대회 출전권을 획득한 터라 기분이 유쾌하진 않았을 것이다.
루키라 티타임 시간이 좋지 않고 아무래도 관심도도 떨어졌다. 단독 선두지만 1, 2라운드 동안 방송 카메라에도 잡히지 않아 소외감을 느낄 만 했다. 장하나도 “힘들게 출전한 만큼 억척스럽게 할 것”이라는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승부욕이 강한 장하나에게 약이 된 것 같다. 예선전을 치르면서 코스를 파악한 게 본선에서 큰 도움이 됐다. 장하나는 1라운드에서 드라이버 대신 우드를 잡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쳤고, 2라운드에서는 공격적으로 코스를 공략하며 타수를 줄였다. 이를 악 물었던 장하나는 2라운드까지는 만족스러운 경기를 했고, 단독 선두에 오르며 자신의 이름을 톡톡히 알렸다. 장하나는 “아이언 샷이 정말 좋았다”라고 말했다. 장하나는 핀 1m 내로 붙이는 샷을 3차례나 할 정도로 정교한 샷감을 자랑했다. 그린은 3차례 밖에 놓치지 않았다. 또 그는 마지막 홀에서는 7.5m 버디를 낚으며 기분 좋게 라운드를 마쳤다.
하지만 무빙데이인 3라운드부터가 정말 중요하다. 장하나는 3라운드에서 8언더파 2위 스테이시 루이스와 라운드를 할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미국 전역에 방송될 것이고 자신의 존재를 더 강렬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를 첫 대회부터 잡았다. 장하나가 자신의 바람처럼 남은 2개 라운드도 잘 쳐 이름을 떨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장하나는 지난 2000년 스테이트 팜 클래식 우승자 로렐 킨(미국) 이후 먼데이 퀄리파잉 출전자로는 15년 만에 우승을 노린다.
J골프는 대회 3라운드를 31일 오전 4시45분부터 생중계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