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효주, 전인지, 이민지, 백규정. [캘러웨이 어패럴, 엘르골프, 해지스골프, 데상트골프, 핑골프, 박준석]
‘미녀 골퍼’, ‘얼짱 골퍼’, ‘섹시 스타’…. 여성 골퍼라면 꼭 한번쯤은 듣고 싶은 별명이다. 이제 학생 티를 벗고 성인이 되는 나이가 되면 더 욕심나는 타이틀이 아닐까. 여성 골퍼라면 예뻐지고 싶고,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게 당연한 일. ‘여자들의 변신은 무죄’라는 유명한 카피는 필드에서도 적용된다. 리디아 고, 김효주, 이민지 등 소녀티를 벗고 성인식을 치른 차세대 골프 여제들의 강렬한 유혹이 시작됐다.
모범생 티 벗은 풋풋한 새내기 리디아 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 소녀들은 바빠진다. 미뤄뒀던 성형을 하고, 투명 메이크업 비법을 전수 받으면서 대학교 새내기가 될 준비를 한다.
‘천재 골퍼’라는 별명이 붙은 리디아 고도 ‘미녀 골퍼’라는 수식어가 탐날 만한 나이가 됐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 말 재외국민 특별전형으로 고려대에 합격했다. 투어 생활 탓에 캠퍼스를 마음껏 누비진 못하지만 마음만은 설렘 가득한 풋풋한 대학 새내기다.
리디아 고는 누구보다 특별한 겨울을 보냈다. 트레이드마크였던 안경을 벗고, 쌍꺼풀 수술을 했다. 두꺼운 뿔테 안경을 낀 모범생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안경을 벗고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것은 외형적 변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새로운 시야라는 무기를 장착했기 때문이다. 리디아 고도 달라진 외모와 시야에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처음으로 숙녀 화장을 하고 안경을 벗은 모습을 담아 LPGA 투어에 공식 프로필 사진으로 올렸고,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또 다른 변신은 손목에서도 확인된다. 리디아 고는 오른쪽 손목에 문신을 새겨 넣었다. 로마 숫자인 ‘IV-XX VII-XIV’는 4-27-14를 의미하는 것으로 프로 데뷔 후 LPGA 투어를 처음으로 정복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새겼다. 부모 말을 잘 듣는 모범생이었던 리디아 고는 성인이 되면서 점차 자기 목소리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캘러웨이 에이펙스 프로 아이언을 피팅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핑크빛으로 샤프트를 바꿔 개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심플하고 단아한 피부미인 김효주
김효주는 만 스물 살이 되는 올해 공식적인 성인이 됐다. 그는 지난 크리스마스에 혼자 암실에서 지내는 고초를 감내하면서까지 주목할 만한 변신에 성공했다. 지난해 국내 투어를 정복했던 김효주는 시력 교정을 위해 라섹 수술을 했다. 12월 22일 서울 역삼동의 한 안과 병원에서 수술을 했는데 한동안 어두운 방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멍하니 앉아 있어야 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선물로 받았지만 촛불조차 켜지 못하고 눈으로만 바라봐야 했다.
김효주는 시력이 마이너스대로 좋지 않았다. 외부 행사에선 뿔테 안경을 쓰고 다녔고, 필드에서는 콘택트렌즈나 고글을 착용하고 경기를 했다. 안경과 렌즈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편했다. 겉으로 내색은 안 했지만 예민한 성격이기에 나쁜 시력은 끊임없이 그를 성가시게 했다. 그래서 김효주는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김효주는 ‘외출 불가’ 크리스마스를 보내긴 했지만 변신으로 인해 눈도 밝아졌고, 예쁜 눈을 더 부각시킬 수 있었기에 대만족이다. 김효주는 동갑내기 렉시 톰슨이 비키니 화보 촬영을 한 것처럼 파격적인 변신을 하진 않았다. 톰슨에 비해선 소극(?)적인 성인식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실 훨씬 더 중대한 변신이다.
시력 교정은 경기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크리스티 커도 2000년 안경을 벗고 라식 수술하는 등의 완벽한 변신으로 미국여자골프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안 그래도 큰 눈망울은 라섹 수술로 더 선명해졌다. 김효주는 귀도 뚫지 않고 목걸이 정도만 치장한다. 평소 스타일도 심플한 스타일을 고수한다. 골프에만 집중하는 요조숙녀 같은 그가 유일하게 신경 쓰는 것은 피부다. 화장을 하지 않지만 선크림만은 항상 바르고 외출한다. 골프 선수 같지 않은 하얀 피부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하다. 새하얀 피부 결은 청초한 이미지의 상징이다. 선명해진 시야와 투명한 피부는 스물 살 김효주를 돋보이게 한다.
이름마저 강렬한 터프 걸 백규정
백규정은 또래들 중 외모와 치장에 가장 관심이 많다. 쌍꺼풀 수술로 예뻐진 사실을 당당히 밝히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의상과 액세서리로 꾸밀 줄도 안다.
백규정은 골프웨어가 아닌 평상복을 입을 때도 항상 눈에 띄는 스타일을 즐긴다. 지난해 국내 투어 시상식에서는 한복을 곧게 차려 입고 패션리더의 자태를 뽐내기도 했다.
일반 연예인들이 개명으로 대중에게 자신을 각인시키듯 이번에 백규정도 이름으로 주목을 끌었다. LPGA 투어 루키인 그는 ‘Q BAEK’이라고 이름을 등록했다. 백규정의 규(KYU)를 영자 발음 그대로 Q로 쓰기로 한 것이다. 규정의 발음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아 Q로 쓰는 것이 어떻겠냐는 추천을 따랐다고 한다.
사실 그의 팬클럽 이름도 ‘Q 백’이다. 팬클럽 명을 사용하는 것이기에 더욱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또 Q 백은 미국프로풋볼(NFL)의 야전 사령관인 쿼터백(QB)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NFL은 미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라 ‘Q 백’이라는 이름은 미국인들에게 쉽게 각인될 수 있다.
Q는 ‘레디 큐’라는 말로 인해 시작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세계 정복을 위해 새롭게 출발한다는 의미에서 이보다 좋은 이름은 없을 듯하다. Q는 퀸(Queen)을 떠올리게도 한다. 세계랭킹 1위의 여제를 꿈꾸는 그녀의 꿈과도 맞닿아 있다.
백규정은 ‘여자 타이거 우즈’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골프 황제’ 우즈가 ‘타이거’라는 이름에서부터 맹수를 연상시키듯 백규정이 세계를 정복한다면 ‘Q’는 강렬한 임팩트를 남길 것이다.
외모와는 달리 걸쭉한 사투리를 거침없이 내뱉고 털털한 터프한 스타일인 백규정이기에 새로운 이름도 이미지에 잘 부합된다. 백규정은 터프 걸답게 오랫동안 사용한 클럽과 공을 모조리 바꾸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미국 무대 정복을 노리고 있다.
스윙하는 바비 인형 전인지
국내 투어를 대표하는 ‘미녀 골퍼’ 전인지는 ‘바비 걸’로 변신해 눈길을 끌었다. 실력과 미모를 겸비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전인지가 핑 랩소디(Rhapsody)의 광고 모델로 발탁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여성골프클럽 랩소디의 컨셉트 광고 촬영에서 전인지는 전문 모델 못지않은 끼를 발산하며 깜찍하면서도 사랑스럽고 성숙한 모습을 뽐냈다.
그동안 전인지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덤보’를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여배우 한가인을 닮은 전인지에게 ‘덤보’라는 별명은 매치가 잘 되지 않았다. 여성미보다는 귀여운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스물 살 성인식을 치른 전인지는 이번 파격 변신으로 색다른 매력을 어필하며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줬다. 귀여움보다는 아름다운 여인의 향기를 물씬 풍기며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골프 선수로는 상당히 힘든 광고 촬영임에도 전인지는 전문 모델 못지않은 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해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또 장시간 진행되는 촬영에도 시종일관 웃는 모습을 보여 ‘진짜 바비 인형 같다’는 평가를 낳기도 했다.
전인지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팬클럽을 보유했다. 실력도 일품이다. 전인지는 김효주와 백규정, 장하나 등이 LPGA 투어로 진출하면서 차세대 퀸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건강미 넘치는 여전사 이민지
2015 LPGA 투어 퀄리파잉(Q) 스쿨을 공동 수석으로 통과해 프로 무대에 뛰어든 이민지도 소녀 이미지를 벗고 어엿한 숙녀로 변신했다. 이민지는 프리미엄 애슬레틱 골프를 표방하는 데상트골프의 모델로 나서 건강미 넘치는 여전사의 모습을 드러냈다.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와 구릿빛 피부가 어우러져 여전사 같은 강인함을 풍겼다.
호주 퍼스에서 태어난 교포 2세인 이민지는 남다른 골프 DNA를 지녔다. 어머니 이성민씨는 티칭 프로, 아버지 이수남씨는 클럽(포트 케네디베이) 챔피언 출신이다. 남동생(이민우)도 골프를 한다. 초등학교 때 2년 정도 수영을 하다가 열 살 때부터 어머니에게 골프를 배운 이민지는 골프 선수로서는 좋은 체격 조건을 지녔다. 신장 167cm로 아주 큰 편은 아니지만 라이벌인 리디아 고, 김효주와는 달리 근육질이다.
이민지는 지난해부터 몸이 더 몰라보게 좋아졌다. 건장한 남자도 버거운 역기를 번쩍번쩍 들어 올릴 만큼 근력이 늘어나면서, 평균 280야드에 달하는 장타를 날린다. 건강미인 이민지는 리디아 고, 김효주와는 달리 올 시즌 바디 라인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옷을 착용하고 성숙미를 한껏 뽐낼 예정이다.
필드에서는 강렬한 이미지이지만 필드 밖에서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이미지다. 대회를 앞두고 열리는 갈라 파티에서는 귀엽고 앙증맞은 예쁜 드레스를 소화하며 남다른 패션 감각을 뽐내는 것. 건강하고 도전적이면서도 개성 넘치는 이민지 스타일은 팬들과 업계 관계자들에게 강하게 각인될 것으로 보인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