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가 ANA 인스피레이션 최종 라운드에서도 부진하면서 첫 메이저 타이틀 획득에 실패했다. [골프파일]
‘호수의 여인’이 되기에는 한참 모자랐다.
리디아 고가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 힐스 골프장 다이나 쇼어 코스에서 열린 ANA 인스피레이션 최종 라운드에서 또 다시 언더파를 치는데 실패했다. 이날 버디 2개에 보기 3개를 묶은 리디아 고는 1타를 잃어 최종 합계 3오버파로 공동 51위를 기록, 본인의 역대 최악의 메이저 성적을 적었다.
리디아 고는 아마추어 시절을 포함해 지난해까지 모두 12차례 메이저 대회에 참가했다. 2013년 아마추어 시절 에비앙 챔피언십 준우승이 역대 메이저 최고 성적이었고, 최악의 성적은 그해 브리티시 여자오픈 공동 42위였다. “란초미라지에서 잘 친 적이 없다”고 했던 리디아 고의 말처럼 이번에도 성적이 좋지 않았다. 리디아 고는 이 대회에서 2013년 공동 25위, 2014년 공동 29위에 머물렀다.
29라운드 연속 언더파 행진 타이 기록을 썼던 리디아 고는 리디아 고답지 않은 경기력을 2~4라운드에서 보였다. 1라운드에서 가까스로 언더파를 쳤지만 둘째 날 버디 4개, 보기 5개를 하는 어지러운 라운드로 1오버파를 적었다. 3라운드는 버디 1개, 보기 3개 2오버파, 4라운드는 버디 2개, 보기 3개 1오버파를 기록했다.
내용은 스코어보다 더 나빴다. 리디아 고는 기록 행진이 중단된 뒤 맥이 풀려서인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고, 샷이 오락가락했다. 리디아 고는 2라운드에서 페어웨이를 6번 밖에 지키지 못했던 리디아 고는 최종일에는 페어웨이 적중률이 21%(3/14)에 머무를 정도로 샷이 극도로 흔들렸다. 이날 그린은 3차례 밖에 놓치지 않았지만 퍼트 수가 34개로 많았다. 리디아 고는 첫 날에만 29개의 퍼트를 기록했을 뿐 2라운드부터 퍼트가 모두 30개를 넘었다. 리디아 고의 이번 대회 평균 퍼트 수는 32개에 달했다.
리디아 고는 긴장할 때 오른쪽 어깨가 빨리 떨어지면서 방향성이 좋지 않은 모습이 나오는데 이번 대회가 꼭 그랬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에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에게 수많은 시선이 쏠렸다. 최다 연속 언더파 기록 도전에 최연소 메이저 타이틀까지 걸려 17세 소녀는 평소답지 않게 부담감을 많이 느낀 듯하다. 리디아 고는 연속 언더파 기록 행진이 중단되자 “이제 더 이상 이런 질문을 받지 않게 돼 홀가분하다”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리디아 고는 최근 13차례의 LPGA 투어 대회에서 톱10을 단 한 번 밖에 놓친 적이 없다. 하지만 13차례 메이저 대회에서는 톱10에 3번 밖에 들지 못했다. 일반 대회와 메이저 대회간 온도 차가 분명 있다. ‘골프 여제’로 단단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메이저 타이틀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하는 리디아 고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