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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메이저인지 몰랐던 박세리의 첫 승 비화

김두용 기자2015.06.11 오전 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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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는 은퇴 시점을 밝힌 뒤 모든 대회에 애착이 가고 잘 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 김두용]


“신인이라 첫 승을 거뒀을 때 메이저 대회인 줄도 몰랐다.”

전설 박세리가 17년 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았다. 199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한 박세리는 첫 승을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에서 거뒀다. LPGA 챔피언십은 올해부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으로 명칭이 변경된 대회로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중 두 번째로 역사가 길다. 10일(현지시간)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의 개막을 하루 앞두고 웨스트체스터 골프장에서 박세리를 만났다. 그는 “당시 우승을 한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왔는데 ‘신인인데 첫 승을 메이저에서 했다’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번 대회가 메이저였어요’라고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라며 비화를 공개했다.

박세리는 1998년 우승 후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3승을 챙겼다. 지난해 대회를 제외하고 줄곧 여자 PGA 챔피언십에 참가했는데 컷 탈락을 1번 밖에 하지 않을 정도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그는 “1998년 루키 시절에는 영어도 잘 하지 못했고, 이동하고 경기에 바로 참가할 정도로 정신없이 지냈다. 그래서 메이저 대회라는 개념도 몰랐다”라고 털어놓았다.

첫 승을 메이저에서 챙겼던 박세리는 US여자오픈도 석권하면서 ‘메이저 퀸’으로 거듭났다. 박세리는 LPGA 투어 첫 승과 2승을 모두 메이저 대회에서 거두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25승 중 5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챙긴 그는 “메이저 대회에 대한 욕심이 강했고, 그렇다 보니 집중력이 더 높았고 좋은 성적으로 연결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메이저에 강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메이저도 일반 대회도 강했다고 해주세요”라고 미소를 보였다.

박세리는 박인비와 함께 메이저 5승으로 한국 선수 최다승 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만약 박인비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최다승 기록은 경신된다. 박세리는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고 깨져야 한다. 박인비 선수가 기록을 경신하는 건 당연하고 기쁜 일”이라며 “한국 후배들이 너무 잘 하고 있어서 뿌듯하고 든든하다”라고 기뻐했다.

2016년 은퇴를 선언한 박세리는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대회를 하루 앞두고 신인보다도 일찍 연습장에 나와 컨디션 점검을 한 박세리다. 오전 7시에 나와서 오후 2시 넘어서까지 7시간 이상 훈련하며 대회를 준비했다. 그는 “신인 때 이렇게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역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훈련해야 잘 할 수 있을 듯하다”라며 빙그레 웃었다. 이어 그는 “은퇴를 앞둬서 그런지 요즘은 모든 대회들에 애착이 간다. 모든 대회가 새롭게 다가오고 잘 하고 싶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랜드슬램에 대한 열정도 드러냈다.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인 ANA 인스퍼레이션(전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 후 꼭 포피 연못에 뛰어 들고 싶어 한다. 그는 “만약 내년까지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을 못한다면 이 대회만큼은 우승할 때까지 계속 나가겠다”라고 선언했다. 한국 자매의 ‘맏언니’인 박세리는 18년간 산전수전을 겪으며 미국 무대를 누볐다. 그런 박세리에게도 골프는 여전히 어렵다고 한다. 그는 “골프는 정말 끝이 없는 것 같다. 많이 알면 알수록 더 어려운 게 골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터뷰 말미에 박세리는 “얼굴에 영광의 기미들이 장난 아니다. 정말 체력적으로 힘들어요”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여유가 느껴졌고, 에너지도 넘쳐났다. 한국 골프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박세리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마음 속의 불씨를 살려 앞으로도 개척자의 길을 걷을 듯하다.

해리슨(뉴욕주)=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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