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아쉬운 2위를 차지한 고진영. 18번홀 그린에서 홀아웃을 한 뒤 밝은 표정으로 인사한 그는 승패를 떠나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 골프파일]
"아쉽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3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3타 차 선두로 출발했지만 3타 차 역전패를 당한 고진영은 덤덤했다.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65홀 동안 돌부처처럼 흔들리지 않고 박인비를 압박했던 선수다웠다.
고진영은 최종 라운드 11번홀까지 승승장구했다. 챔피언 조에서 출발해 7번홀(파5) 6m 이글에 이어 8번홀 7m 버디 그리고 10번홀에서 다시 6m 버디를 하면서 12언더파까지 달아났다.
그러나 13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한 뒤 퍼터로 굴려 어프로치를 하다가 첫 보기가 나왔다. 고진영은 "볼이 놓인 라이도, 그린 위 라인도 좋지 않아 웨지가 아닌 퍼터를 잡았다. 3라운드까지는 그린 밖에서 퍼터로 굴려 다 잘 막았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헤드 중앙에 볼을 맞히지 못하는 실수를 했고 첫 번째 퍼팅이 너무 짧았다. 보기가 나오면서 그 때부터 신경이 예민해졌다"고 했다.
고진영의 아버지는 "진영이가 스코어 보드를 보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코스 여기저기에 세워져 있는 스코어 보드를 보고 박인비가 이글을 하면서 공동 선두까지 올라선 것을 알았고 그 때부터 흔들렸다는 것.
고진영은 반드시 버디를 잡아야 하는 14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지만 바운스 돼 그린 밖까지 굴러가는 바람에 파를 했다. 어려운 16번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을 물에 빠뜨리며 더블보기를 범해 우승 꿈을 접었다. 고진영은 "16번홀이 워낙 어려워 긴장이 많이 됐다. 120미터를 남기고 바람을 감안해 유틸리티는 너무 클 것 같아 5번 아이언을 잡았다. 하지만 자신있게 스윙을 못했다. 볼을 스윗스폿에도 맞히지 못했다"고 했다.
고진영에게는 박인비가 지난 2년간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큰 공부를 했듯 지나간 시간이 큰 교훈이 된 듯 했다. "결과를 떠나 많이 배웠어요. 제 골프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고진영은 미국 진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로 했다. 우승을 했다면 당장 갈 생각이었지만 좌절된 만큼 가족들과 상의해 진로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LPGA 투어에 가고 싶은 생각은 더 커졌다고 했다. "브리티시 여자오픈 출전 전에는 몰랐는데 막상 가보니 연습 환경과 선수에 대한 예우가 너무 좋은 거에요.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이지연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