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는 우승컵은 없지만 최근 4개 대회에서 두 차례나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골프파일]
‘슬로 스타터’ 장하나가 서서히 속도를 높이고 있다.
장하나는 17일 끝난 컴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공동 2위를 했다. 벌써 시즌 세 번째 2위다. 아직 우승컵이 없지만 루키인 점을 고려하면 훌륭한 성적표다.
장하나는 올 시즌 18개 대회에서 톱10 6번을 기록했다. 컷 탈락은 2번 했다. 63만2070달러의 상금을 벌어 이 부문 15위에 올라 있다. 시즌 1승을 거둔 루키 이민지(58만 달러)보다 더 많은 상금을 챙겼다. 신인 중 장하나보다 상금을 많이 벌어들인 선수는 김세영(116만 달러), 김효주(74만 달러) 밖에 없다.
장하나는 시즌 초반부터 내달리는 유형은 아니다. 적응하기까지 1~2년의 시간이 필요한 슬로 스타터 유형으로 보면 된다. 국내 투어에서도 데뷔 첫 해였던 2011년에는 상금랭킹 32위를 차지하는 등 적응기를 거쳤다. 이듬해 1부 투어 첫 승을 수확했고, 2013년에는 3승을 거두며 대상과 상금왕을 동시 석권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장하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무서운 선수로 발전할 수 있다. 장타를 날리고 쇼트 게임도 과거에 비해 몰라보게 좋아졌기 때문에 감정 컨트롤만 잘 하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도전을 무서워하지 않는 등 투지도 좋다. 장하나는 “코스마다 잔디가 달라 러프에서의 샷이 조금씩 다르다. 매주 다른 나라에서 경기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한 번 접해봤던 코스에서 대회를 치르기 올해와 다른 플레이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벌써 8개월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생활을 하고 있는 장하나는 ‘생존법’을 어느 정도 터득한 듯하다. 최근 4개 대회에서 2위를 두 차례나 하는 등 안정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장하나의 매니지먼트사는 “시즌 초반에는 환경 적응과 스케줄 관리 등이 잘 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체력 안배도 하고 조금씩 쉬어가면서 일정을 조절하고 컨디션도 관리한다. 서서히 미국 투어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하나는 “최근 특별히 안 되는 건 없다”고 했다. 우선 샷과 쇼트 게임이 나쁘지 않다. 다만 한 대회에서 드라이버가 좋으면 아이언이 약간 흔들리고, 아이언 샷이 좋으면 드라이버가 흔들리는 점은 보완 과제다. 포틀랜드 클래식에서는 아이언 샷이 좋지 않았지만 퍼트가 잘 돼 2위를 할 수 있었다. 샷, 쇼트 게임, 퍼트 3박자가 들어맞는 대회가 오면 우승 확률도 높아질 것이다.
지난 6월 국내 대회에서 우승한 뒤 확실히 안정감을 찾았다. 늘어지는 스윙을 보완하고 감각적인 본연의 스윙을 더해 변화를 주자 전성기 때 샷감을 서서히 찾아가고 있다고 한다. 최근 신인상 포인트를 많이 추가해 어느덧 669점이 됐다. 이 부문 4위에 올라 있고, 976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김세영을 추격하고 있다. 아직도 충분히 역전할 수 있는 격차다. 지난해 3위를 차지했던 좋은 기억이 있는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도 남아 있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면 신인상 포인트 300점을 획득할 수 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