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는 3년 전과는 다른 살얼음판 승부에서 "상금, 보기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가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통산 세 번째 우승을 했다. 하지만 상금을 수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2, 2013년 2연패를 달성했을 때 아마추어 신분이라 상금을 챙기지 못했던 리디아 고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그는 33만7500달러(약 4억원)의 우승상금을 챙겼다.
지난 두 번의 우승에서 그랬듯이 리디아 고는 상금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24일 캐나다 여자오픈 우승 후 인터뷰에서 “상금은 제일 마지막에 생각한 것이다. 연장에서도 한 샷 한 샷의 플레이에만 집중했다”고 밝혔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그린을 8번이나 놓칠 정도로 샷이 흔들렸지만 보기에 대한 불안감도 지웠다고 한다. 그는 “9번 홀에서 멍청한 보기를 했다. 샌드웨지로 세컨드 샷을 했는데도 그린에 올리지 못했고 결과가 좋지 않아 당황스러웠다”며 “그린을 많이 놓쳤지만 보기에 대한 불안감을 떠올리진 않았다. 그건 가장 마지막에 생각할 문제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털어 놓았다.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18번 홀의 긴장감도 배였다. 2012년 우승 당시에는 4타 차로 앞선 여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홀을 맞았다. 하지만 12언더파 동타로 18번 홀 티 박스에 들어섰던 그는 “3년 전보다 많이 긴장됐다. 왼쪽, 오른쪽 나무뿐 아니라 러프에 보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티샷을 안전하게 보냈고, 세컨드 샷이 오른쪽으로 밀렸지만 그린 위에 떨어졌다. 핀으로부터 15m 이상의 거리였지만 정교한 퍼트로 파 세이브를 할 수 있었다.
리디아 고는 이번 대회에서 3퍼트를 한 번도 하지 않을 정도로 퍼트감이 좋았다. 18번 홀에서 먼 거리 퍼트를 핀 가까이에 붙였기 때문에 연장전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18번 홀에서 진행된 연장 첫 번째 홀에서도 정규 마지막 홀과 비슷한 위치에서 첫 번째 퍼트를 해야 했다. 그는 “첫 퍼트의 거리 조절이 잘 됐다. 만약 퍼트가 조금만 더 길었어도 파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3년 전 영광을 재현한 리디아 고는 “2012년 당시에는 이곳에 다시 돌아와서 우승을 할 수 있을지 상상조차 못했다”고 기뻐했다. 그리고 캐나다에서 좋은 성적과 추억을 쌓은 그는 “캐나다인 된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3년 전 자신을 응원했던 갤러리를 비롯해 너무나 익숙한 환경과 분위기 속에서 편안하게 경기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3년 전 우승이 인생의 가장 중대한 순간이었다. 그는 “3년 전 우승은 내 골프 인생을 바꿔놓았고, 첫 우승이었기 때문에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처음이었기 때문에 우승하기까지도 더 힘들었던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리디아 고는 3년 전 이곳 밴쿠버 골프장에서 15세4개월2일의 LPGA 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