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 클래식 우승자인 크리스 타뮬러스의 캐디 토마스 프랭크는 잭 니클러스와 아널드 파머의 가방도 멨던 30년 경력의 베테랑 케디다. 타뮬러스는 "프랭크만큼 훌륭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깜짝 우승이 나왔다. 주인공은 무명 크리스 타뮬러스(미국)다.
타뮬러스는 31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프래트빌의 로버트 트렌스존스 골프트레일에서 벌어진 LPGA 투어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8개, 보기 1개를 묶어 7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7언더파를 적어내며 전 세계랭킹 1위 청야니를 1타 차로 따돌리고 투어 데뷔 10년 만에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우승 상금은 19만5000달러(약 2억3000만원)로 올해 18경기에서 벌어들인 17만8758달러보다 많다.
타뮬러스는 “이건 사고다. 우승을 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챔피언 조에 있던 청야니가 무섭게 치고 올라와서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우승을 하게 돼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덕분에 시즌 말 100만 달러의 보너스가 걸려있는 CME 그룹 챔피언십 출전도 가능해졌다. 플로리다 주립대 출신인 타뮬러스는 “고향(플로리다 네이플스)에서 열리는 CME 그룹 챔피언십 출전이 가장 큰 목표였다. 지난해 CME 포인트가 부족해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며 “올해 아시안 스윙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면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대회에서 우승으로 출전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타뮬러스는 지난 2004년 말 퀄리파잉(Q) 스쿨을 통해 이듬해 투어에 입성했다. 프로 생활은 고단했다. 톱10 6차례가 전부였고 투어 생활동안 벌어들인 상금은 고작 103만5000달러(12억2500만원)였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224만 달러)가 올해 주머니에 넣은 상금에 절반이 채 안된다.
올 시즌도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18개 대회에 출전해 7차례 컷 탈락 당했다. 마이어 클래식에서 공동 4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다. 그러나 타뮬러스는 끈기있게 도전했고 결국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맛봤다.
타뮬러스는 캐디 토마스 프랭크에게 큰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프랭크는 30년 차 베테랑 캐디다. 그는 제인 크래프트, 잭 니클러스, 아놀드 파머 등의 가방을 멨다고 한다. 니클러스와 파머의 정규 캐디는 아니었다. 단 몇 개 라운드만 일시적으로 했다고 한다. 타뮬러스는 “지금껏 만난 사람 중에 프랭크만큼 훌륭한 태도를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프랭크는 내가 자신을 못 믿을 때마다 바로 잡아준다. 그를 만난 것은 정말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프랭크의 재난 사고가 타뮬러스에게 큰 터닝 포인트가 됐다. 프랭크는 지난 4월 롯데 챔피언십에 출전하기 위해 하와이로 이동했다. 그러던 중 그의 이웃에게 전화를 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불행의 시작이었다. 그가 살고 있는 휴스턴 집이 번개를 얻어맞아 불이 났고 그 주변은 홍수가 났다는 것이다. 집이 모두 붕괴됐을 만큼 큰 사고였다. 이 사고로 그가 귀하게 아껴왔던 골프채와 야디지북은 모두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프랭크는 “많은 것을 잃었지만 내 삶은 잃지 않았다”고 했고 타뮬라스가 우승을 한 뒤에는 “대신 우승을 얻었다”며 기뻐했다.
프랭크의 집은 그의 것만이 아니었다. 프랭크는 그동안 수많은 골퍼들과 캐디들을 위해서 자신의 집을 편하게 사용하도록 내줬다고 한다. 이에 LPGA 투어 선수들이 프랭크 돕기에 팔을 걷어 붙였다. 타뮬러스를 포함해 카리 웹, 로라 데이비스, 줄리 잉스터, 안나 노르드크비스트 등이 1만4000달러(약 1656만원)의 기금을 조성해 프랭크에게 전달했다. 현재 프랭크의 집은 한창 재건축 중에 있다고 한다.
타뮬러스는 청야니와 렉시 톰슨 등 최고의 스타 선수들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마음을 비운 결과라고 말했다. 골프팬들에게 스포츠의 가장 큰 묘미인 기적을 선사한 타뮬리스의 향후 향보에 관심이 쏠린다.
서창우 기자 real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