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영은 국내의 한 샤시 회사와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골프파일]
지난 7월 막을 내린 US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
양희영은 2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에 3타 차 앞선 채 티잉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이 대회에서 최근 5년간 준우승을 포함 톱10 4번에 들었고 코스도 까다로워 양희영의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양희영은 9개 홀을 남겨두고 거짓말처럼 무너지기 시작했다. 티샷을 하기 전 어드레스를 계속 풀던 양희영의 프리샷 루틴이 흔들리고 만 것이다. 이후 6개 홀에서 3타를 잃었다.
그 사이 한국에서 건너온 전인지에게 역전을 헌납했다. 양희영은 이글을 잡는 등 막판 추격에 나섰지만 마지막 홀에서 파 퍼트가 홀컵을 지나가면서 연장 합류에 실패했다. 양희영은 경기 후 “내 자신을 컨트롤 하지 못했다. 기대한 대로 경기는 흘러가지 않았지만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웠다. 다시 한 번 더 좋은 경험을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양희영은 이후 3개 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부상으로 인한 기권을 포함해 모두 30위 권 밖으로 밀려났다. US여자 오픈에서 우승을 놓쳤던 게 양희영의 마음을 다 잡아주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양희영은 다시 긍정적인 마음을 먹었다. 그는 “지난해는 골프를 하기 싫었다. 오랫동안 힘들게 골프를 하다 보니 이것을 얼마나 더 해야 하나 싶어 싫고 짜증이 났다. 그러나 돌아올 때는 간단히 돌아왔다. 골프를 하면 얼마나 더 할 수 있나 싶었다. 지금은 골프장에 오는 게 행복하고 즐겁다”고 말했다.
새로운 스폰서도 생겼다. 샤시 회사인 PNS 더존과 계약했다. 양희영은 12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르뱅의 에비앙리조트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에비앙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4개, 보기 3개를 묶어 3언더파를 쳤다. 중간합계 7언더파로 공동 5위다. 선두 이미향과는 3타 차다.
1번 홀(파4)에서부터 행운이 따랐다.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맞고 크게 한번 튄 뒤 그대로 홀컵으로 쏙 굴러 들어갔다. 양희영은 "어려운 곳에 핀이 꽂혀 있었다. 샷은 좋지 않았지만 공격적으로 공략한 게 결과가 좋았다. 덕분에 기분 좋게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활짝 웃은 양희영은 이후 버디 쇼를 펼쳤다. 3, 4, 9번 홀에서 각각 1.5m, 3m, 5.5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위기 관리 능력도 뛰어났다. 5번 홀(파3)에서 그린 위로 올린 벙커 샷이 핀을 훌쩍 지나갔지만 퍼트로 막았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6, 17번 홀에서 3퍼트, 14번 홀(파3)에서는 2번 만에 벙커에서 탈출하며 각 보기를 적었다.
양희영은 "에비앙에서 올 때 날씨가 안 좋아 비행기가 지연돼 힘들게 왔다. 그런데 이제 시차 적응이 되고 몸도 좋아지는 것 같다"며 "퍼트와 샷 모두 잘 됐다"고 했다. 이날 페어웨이와 그린은 각 7번과 5번 놓쳤다. 퍼트 수는 27개다.
이 대회는 양희영이 올해 1년 5개월 만에 정상에 올랐던 혼다 LPGA 타일랜드와 흐름이 비슷하다. 당시 양희영은 1타 차를 극복하고 루이스에게 역전승을 거뒀다. 또 이날처럼 대회 이튿날 10번 홀에서 행운의 샷 이글을 기록하기도 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압박감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양희영은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을 믿는 것이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자신 있게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동반 라운드를 펼쳤던 이일희도 잘 했다. 이일희는 1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50cm 내로 붙이며 가볍게 버디를 잡았다. 파5인 7, 9번 홀에서 모두 2온에 성공하며 각 버디와 이글을 잡았다. 마지막 2개 홀이 아쉬웠다. 17번 홀에서 파 퍼트가 돌아 나와 1타를 잃었다. 18번 홀에서는 두 번째 샷이 물에 빠지며 더블 보기를 범했다. 이일희는 중간 합계 6언더파로 지은희와 함께 공동 8위다.
슈퍼 커리어 그랜드 슬램에 도전하는 박인비는 2언더파 공동 16위다. 김세영은 1언더파 공동 21위, 지난해 우승자 김효주는 이븐파 공동 29위다.
JTBC 골프는 대회 최종 라운드를 13일 오후 5시 15분부터 생중계한다.
서창우 기자 real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