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37개 대회 중 136개에 참석한 최운정[골프파일]
‘최운정(25·볼빅)의 마라톤은 계속된다.’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홈페이지는 11일(한국시간) 메인뉴스에 이렇게 썼다.
최운정은 2011년 3월 JTBC 파운더스컵 이후 열린 137개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대회 중 136개 대회에 나갔다. 딱 한 번 빠진 것은 지난해 11월 열린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이었다. 그 때 106경기 연속 경기 출전 기록이 멈췄다. 이후 다시 개근하고 있다. 올해는 멀리 멕시코에서 12일 밤 개막하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다. 30개 대회 연속 출전 중이다.
최운정은 2009년과 2010년엔 일부 메이저 대회와 상위권 선수들만 나가는 아시안 스윙에 불참했다. 안 나간 게 아니라 못 나갔다. 자격이 안됐다. 나갈 수 있는 대회만 치면 최운정은 데뷔 후 169경기 중 1경기만 빠졌다. 지난해 최운정은 이 성실성으로 LPGA 모범상까지 탔다.
최운정은 데뷔하자마자 대회에 빠질 위기를 맞았다. 1부 투어에 올라온 2009년 첫 4개 대회에서 연속 컷탈락한 후다. 최운정은 “자신감이 떨어졌고 투어카드를 도저히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걱정됐다”고 했다. 그래서 메디컬 이그젬션(medical exemption)을 신청하려 했다. 몸이 아픈 선수가 일정 기간을 쉬도록 하고 출전권은 유지해 주는 제도다.
일부 선수들은 성적이 좋지 않으면 별로 아프지 않은데도 메디컬 이그젬션을 낸다. 쉬는 동안 샷을 가다듬은 후 복귀를 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그의 캐디이자 아버지 최지연(56)씨는 “심리적으로 밀리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것이 골프이니 밀고 나가자”고 했다. 쉬려는 계획을 백지화했다. 간신히 출전권을 유지했다. 이듬해 상금랭킹이 86등에서 71등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상금은 오히려 첫 해 상금 10만800달러에서 9만9000달러로 줄었다. 당시 LPGA 투어 인기가 떨어져 대회와 상금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2011년 태국과 싱가포르에서 벌어진 첫 두 대회는 못나갔다. 그러나 이후 최운정의 성적이 좋아지면서 모든 대회 출전권을 갖게 됐다. 신나게 달리고 있다. 최운정은 2012년부터 4년 연속 출전 대회 수에서 1위다.
글로벌 투어로 변한 LPGA 투어는 유난히 이동거리가 길다. 박인비(27·KB금융그룹)의 팬 블로거 '천사천사'가 구글의 비행기, 차량 이동거리 서비스를 통해 계산한 바에 의하면 2016년 LPGA 투어는 비행기에 있는 시간만 258시간, 자동차 32시간이다. 하늘에서 열흘 넘게 보내고 거리로는 지구를 10바퀴 이상 돈다. 최근 여러 골프 선수들이 몸이 피곤하다며 대회를 거르고 있다. 최운정의 개근 비결은 체력이다. 허미정(26·하나금융그룹)은 “이전에는 양희영이 가장 열심히 훈련했는데 지금은 최운정이 역전했다. 최운정이 체육관에서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겁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마라토너처럼 지칠 줄 모르고 달리는 최운정은 지난 7월 첫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이름은 마라톤 클래식이었다. LPGA는 "최운정에게 걸맞는 대회 이름"이라고 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