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말 대리모를 통해 아들 메이슨을 얻은 뒤 지난 해 부진했던 크리스티 커. 그러나 올해 기아 클래식에 이어 이번 대회 우승으로 아들에게 자랑스런 엄마가 됐다.[사진 LPGA]
‘엄마 골퍼’ 크리스티 커(미국)가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골프장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 커는 이글 1개와 버디 3개, 보기 1개로 4타를 줄여 최종 합계 17언더파를 기록, 장하나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공동 선두로 출발한 커는 늦게 불이 붙었다. 8번홀까지 파만 기록하다가 9번홀 첫 버디로 단독 선두에 나섰고 10번홀에서도 버디를 잡았다. 커는 11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려 보기를 적어내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LPGA 투어 19년 차, 17승을 거둔 선수답게 역시 노련했다. 15번홀(파4)에서 12m 가량의 버디로 분위기를 바꾼 커는 17번홀(파5)에서 3m 이글을 잡아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우승 상금은 시즌 최고액인 50만달러다.
장하나는 한 타가 부족했다. 올해 세 차례나 2위를 한 아쉬움을 털어내려 했지만 특유의 몰아치기가 나오지 않았다. 전반 9홀에서 버디 1개와 보기 1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한 장하나는 12번홀(파3) 버디로 시동을 걸었다. 파 5홀인 14번홀과 17번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했으나 남은 홀이 부족했다.
2013년 말 대리모를 통해 아들 메이슨을 얻은 커는 지난 해 투어 활동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부진했다. 그러나 지난 3월 기아 클래식에 이어 이번 대회 우승으로 엄마의 힘을 보여줬다. 커는 우승 뒤 그린 위에 올라온 아들 메이슨을 향해 달려가 우승의 순간을 함께 했다.
9언더파 공동 8위로 출발한 박인비는 3타를 줄여 12언더파 6위로 대회를 마쳤다. 우승은 못했지만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를 차지하면서 뜻깊은 마무리를 하게 됐다. 리디아 고는 한 타도 줄이지 못하고 11언더파 공동 7위를 했다.
각종 타이틀을 앞둔 박빙의 승부에서 리디아 고 답지 않게 흔들렸다. 후반 들어 눈에 띄게 표정이 경직된 리디아 고는 왼쪽으로 당겨지는 샷을 자주 쳤다. 홀이 지날수록 아이언 샷이 홀에서 멀어졌고, 퍼트감도 잃었다.
최종일 부진했지만 레이스 투 더 CME 1위로 시즌을 끝내면서 100만달러 보너스와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의 주인공이 된 리디아 고는 경기 뒤 눈물을 보였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