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홀 바다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장하나[LPGA 투어 홈페이지]
낙원으로 불리는 카리브 해 바하마에 있는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오션 클럽 골프장(파 73). 이 곳에서도 8번 홀은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쪽빛 바다가 페어웨이 왼쪽 허리춤에 넘실거린다.
장하나(24.BC카드)는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을 앞두고 이 홀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바다를 배경으로 손가락으로 1이라는 숫자를 그린 채 점프를 했다.
1은 우승이나 세계랭킹 1위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8번 홀에서 장하나는 1타로 홀아웃하는 기록을 세웠다. LPGA 투어에서 나온 첫 파 4홀 홀인원이었다. 기준 타수 보다 3타 적게 홀아웃하는 알바트로스이기도 하다.
파 4인 8번홀은 310야드로 짧지만 위험하다. 페어웨이 옆을 후려치는 파도는 골퍼에게 압박감을 준다. 바람은 가장 강하다. 3라운드가 열린 31일(한국시간)은 218야드로 줄여서 경기했다.
미국 투어에서는 3라운드나 4라운드 박진감을 높이기 위해 함정이 많은 파 4홀의 거리를 확 줄여 경기하기도 한다. 이글도 나오고 보기나 더블보기가 나와 순위가 요동치게 하기 위해서다.
장하나는 3번 우드로 힘차게 스윙했다. 공은 그린 바로 앞에 떨어져 홀 쪽으로 굴렀다. 그린 주위에 있던 장하나의 아버지와 코치가 만세를 불렀다. 장하나는 “좋은 이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버지가 홀에 공이 있다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장하나는 또 “버디를 잡으면 한 손으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는데 이번엔 두 손을 들어 세리머니를 했다”고 말했다.
장하나의 코치인 케빈 김은 “누군가 공을 홀에 굴린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장하나는 홀에 가서 큰 절을 했다. 서양 언론에서는 장하나가 그린에 키스를 하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농담을 잘 하는 장하나는 “홀인원을 했는데도 자동차를 받지 못해 실망했다”고 했고 또 “(3번 우드가) 퍼터 보다 낫다”고 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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