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는 메이저 2연승을 차지하는 등 거침없는 '리디아 연대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LPGA 제공]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최연소 메이저 2연승(18세11개월9일)의 기록을 새로 썼다.
‘기록 제조기’ 리디아 고는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끝난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 라운드에서 12언더파로 1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주 기아 클래식에 이은 2주 연속 우승은 물론이고, 지난해 에비앙 챔피언십 이후 메이저 2연승 작성에 성공했다. 지난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던 리디아 고는 또 다시 메이저 우승을 추가했다.
메이저 대회 2연승을 기록한 선수는 2013년 박인비 이후 리디아 고가 처음이다. 거침없는 ‘리디아 연대기’를 써내려 가고 있는 리디아 고는 만 19세가 되기 전에 벌써 LPGA 투어 12승을 수확하며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열고 있다. 아마추어 시절인 2012, 2013년 각 1승을 포함해 2014년 3승, 2015년 5승, 2016년 2승을 거두며 무서운 속도로 승수를 추가하고 있다.
이번 메이저 우승은 의미가 크다. 메이저와 일반 대회를 가리지 않고 최정상의 기량을 뽐내며 ‘골프 여제’의 위용을 갖춰가고 있다. 이번 우승으로 한 동안 세계랭킹 1위 자리는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리디아 고는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에 비견된다. 소렌스탐의 72승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선수는 리디아 고 밖에 없다는 평가도 있다.
소렌스탐과 같은 반열에 올라가기 위해선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앞으로 60승을 더 추가해야 하는데 리디아 고는 30세 은퇴를 공언한 바 있다. 올 시즌까지 포함하면 12년이 남았다. 매년 5승씩을 추가해야만 72승을 채울 수 있다. 리디아 고의 지금 페이스라면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지만 골프에서 10년 이상 꾸준한 승수를 챙기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소렌스탐은 1995년 3승을 올린 뒤 2006년까지 12년 연속으로 2승 이상씩 수확했다. 2002년에는 시즌 최다인 11승을 올렸고, 2005년에도 10승을 채웠다. 5승 이상 올린 시즌은 모두 7번이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6년 연속으로 5승 이상을 챙겼다. 리디아 고도 소렌스탐만큼 경이적인 페이스를 보여줘야만 전설을 뛰어 넘을 수 있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도 망가질 수 있는 게 골프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5년 연속 5승 이상을 수확한 바 있다. 또 2005년부터 2009년까지 4년 연속으로 또 다시 5년 연속 5승을 챙기기도 했다.
소렌스탐의 메이저 10승 기록도 멀어 보인다. 19세의 리디아 고는 25세 때 처음으로 메이저 타이틀을 획득한 소렌스탐보다 페이스가 빠르다. 하지만 소렌스탐은 메이저 5번 도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린 대신 리디아 고는 17번째 도전 끝에 메이저 우승컵을 안았다. 소렌스탐은 US여자오픈 2연패로 1년 만에 다시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1996년 US여자오픈 이후 2001년 나비스코 챔피언십까지 메이저 3승째를 수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메이저 2승과 3승 사이에 LPGA 투어 일반 대회에서는 무려 21승을 추가했던 소렌스탐이다.
만약 리디아 고가 매년 메이저 1승씩 추가할 수 있는 강심장이라면 앞으로 60승을 더 더해야 하는 72승보다는 어쩌면 메이저 10승이 더 가까워 보일 수도 있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63타로 역대 메이저 최종 라운드 최소타 기록을 세웠고, 이번 대회 마지막 날에도 보기 없이 버디 3개로 69타를 적는 강심장 면모를 드러냈다. 리디아 고처럼 침착한 경기 운영이 강점인 박인비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메이저 대회 우승을 기록하고 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