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올림픽 여자 골프대표팀 감독을 맡은 박세리. 그는 "선수는 아니지만 올림픽이 다가오니 내 심장도 졸깃졸깃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사진 김두용]
2016 리우 올림픽에 출격할 한국여자 골프팀은 ‘어벤저스’처럼 막강할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은 ‘골프 영웅’ 박세리(39·하나금융)가 지휘봉을 잡고 ‘세리 키즈’가 태극마크를 달고 메달 사냥에 나선다. 골프가 112년 만에 올림픽 종목으로 복귀하는 대회에서 ‘박세리와 아이들’이 금메달을 차지한다면 역사적인 장면이 될 수 있다.
25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볼빅 챔피언십이 열리는 미국 미시건주 앤아버 트래비스 포인트 골프장에서 만난 박세리는 팬들의 기대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부담감도 크다. 그는 “올림픽이 점점 다가오니 내 심장도 졸깃졸깃해지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세계랭킹 10위 내 5명이나 포진된 한국은 출전 선수 4명 모두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고 평가받고 있다. 메달 획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라 코치를 맡은 박세리에게는 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계랭킹 2위 박인비(28·KB금융)와 4위 김세영(23·미래에셋), 7위 전인지(22·하이트진로), 8위 양희영(27·PNS)이 현재 순위라면 올림픽에 출전한다.
올림픽 준비도 난항을 겪고 있다. 그는 “단체전이 없고 개인전만 있는 데다 시즌이 진행 중이라 올림픽 준비에 어려움이 많다. 개인전이라 특별히 호흡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개인 기량과 컨디션이 승부를 좌우할 수 있기에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게 관건이다. 지난해 어깨 부상 등으로 고생했던 박세리는 “(박)인비도 부상 때문에 심적인 부담감이 클 것이다. 올림픽에 맞춰서 컨디션 관리를 잘 할 거라고 믿고 있다”며 “선수들에게 몸 관리에 대해선 계속 강조한다”고 말했다.
박인비를 제외한 선수들은 미혼자라 지카 바이러스도 큰 관심사다. 박세리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해결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그래도 8월에는 모기들이 많이 없어진다고 들었다. 지금으로선 바이러스에 대한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의 경기력과 컨디션 관리만 집중하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신생 대회인 볼빅 챔피언십은 세계랭킹 1~3위 리디아 고(19·뉴질랜드), 박인비, 렉시 톰슨(21·미국) 등 상위 랭커들이 모두 출전하기 때문에 올림픽 티켓 경쟁도 불 붙을 전망이다. 올해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박세리도 한국 기업이 주최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그는 "어깨를 활짝 편 선수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게 보인다. 올해 티샷이 오락가락 해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볼빅 챔피언십부터 새로운 드라이버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3월 JTBC 파운더스컵에서 복귀한 박세리는 6개 대회에서 2번 컷 통과를 했다. 최고 성적은 공동 42위에 불과했다. 그는 "현재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이제 다시는 이렇게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한 대회 한 대회가 모두 의미가 있다. 은퇴 전까지 꼭 우승을 하고 싶다. 그리고 매 대회 우승을 목표로 경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JTBC골프는 볼빅 챔피언십 1~2라운드를 27, 28일 오전 5시30분부터, 3~4라운드를 오전 4시부터 생중계한다.
앤아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