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 헨더슨(왼쪽)은 장타를 앞세운 공격적인 공략으로 리디아 고보다 높은 톱10 피니시율을 보이고 있다. [골프파일]
1997년생 동갑내기인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브룩 헨더슨(캐나다)이 세계 무대를 지배하고 있다. 둘은 세계랭킹 1, 2위를 달리며 ‘10대 태풍’을 주도하고 있다.
세계랭킹이 도입된 이래 남녀 골프를 통틀어 19세가 랭킹 1-2위를 점령한 적은 없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그야말로 초현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우승자들의 평균 연령도 21세에 불과하다.
13일 끝난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은 10대 돌풍의 결정판이었다. 리디아 고와 헨더슨은 6언더파 동타로 연장 승부를 벌였다. 남자골프 메이저 대회에서 10대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친 적은 없다. 1999년 PGA 챔피언십에서 23세 타이거 우즈(미국)와 19세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1타 차 우승 경쟁을 펼친 것이 가장 근접한 기록이었다. 체력이나 비거리 면에서는 뒤지지 않지만 경험과 노련함의 부문을 감안할 때 10대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리디아 고와 헨더슨은 10대 같지 않은 10대다. 리디아 고는 나이를 믿기 힘들만큼 침착한 경기 운영이 돋보인다. 헨더슨은 장타를 앞세운 공격적인 매니지먼트를 잘 한다.
그동안 경쟁은 리디아 고의 우세였다. 아마추어 시절 LPGA투어에서 2승을 거둔 뒤 프로로 전향해 통산 12승을 거둔 리디아 고는 헨더슨에 몇 걸음 더 앞서갔다. 하지만 헨더슨이 리디아 고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헨더슨은 남녀 프로 대회를 통틀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다. 리디아 고는 2012년 1월 뉴사우스웨일스 오픈에서 우승하며 14세9개월5일의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5개월 뒤 헨더슨은 캐나다 여자투어 36홀 경기에서 14세9개월3일의 나이로 우승하며 리디아 고의 기록을 경신했다. 9월생인 헨더슨은 4월생인 리디아 고보다 생일이 늦다.
장타 부문도 헨더슨이 앞선다. 거리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48인치 최장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헨더슨은 올 시즌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267.67야드(10위)를 기록하고 있다. 리디아 고의 드라이브샷 거리는 247.64야드에 불과하다. 장타를 날리고 공격적인 유형인 헨더슨은 투어에서 버디도 가장 많이 솎아내고 있다. 버디 235개로 이 부문 1위다. 헨더슨보다 4경기를 덜 치른 리디아 고는 버디 175개로 이 부문 18위에 올라 있다.
헨더슨은 올 시즌 리디아 고보다 우승 수가 1승 적지만 톱10 피니시율은 더 높다. 15번 중 10차례나 톱10에 들면서 톱10 피니시율 66.7%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리디아 고는 톱10에 7번 들어 63.6%다. 헨더슨은 메이저 3연승에 도전했던 리디아 고처럼 최근 메이저 대회 성적도 좋았다. 최근 6차례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 1번, 5위 2번, 10위 1번을 기록했다. 2015년 프로 첫 발을 내디뎠을 때만 해도 헨더슨의 세계랭킹은 221위였으나 꾸준함으로 단기간에 세계랭킹 순위를 끌어 올렸다.
헨더슨은 골프를 시작했을 때부터 자신의 롤 모델이었던 언니와 함께 투어를 뛰고 있다. 언니 브리타니는 동생의 골프백을 메고 있다. 아무래도 자매가 힘을 모으면 1명이 홀로 싸우는 것보다 유리할 수 있다. 브리타니는 2부인 시메트라 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