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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의 부진과 레드베터의 이어지는 쓴소리

이지연 기자2019.08.07 오전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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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열린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샷을 하고 있는 리디아 고. 한때 통통했던 리디아 고는 최근 살이 부쩍 빠진 모습이다.

세계적인 골프 교습가인 데이비드 레드베터(67·영국)가 전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였던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22)를 향해 또 쓴소리를 내뱉었다.

로이터통신은 7일(한국시간) 레드베터가 뉴질랜드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리디아 고는 휴식이 필요한 상태"라며 "올해 남은 투어 일정을 모두 건너뛰면서 골프에 대한 모든 것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5년 브리티시여자오픈 연습 라운드에서 함께 코스를 점검하고 있는 레드베터(왼쪽)와 리디아 고.[사진 이지연]

레드베터의 쓴소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리디아 고는 프로로 전향한 2013년 11월부터 레드베터와 호흡을 맞추다 지난 2016년 말 결별했다. 레드베터와 함께 하면서 12승을 거뒀고 세계랭킹 1위에 올랐지만, 스윙 교정 문제로 의견 차이가 커지면서 결별 수순을 밟았다. 결별 초기 레드베터는 “스포츠 세계에서 만남과 헤어짐은 수시로 일어나는 일”이라며 “리디아가 세계 1위라는 부담을 이겨내고 현실적인 목표를 정해 나아가길 바란다”고 리디아 고의 앞날을 축복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레드베터의 태도는 달라졌다. 레드베터는 언론을 상대로 “리디아 고의 모든 것을 부모가 간섭했다. 그러나 부모가 골프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다. 세 명을 코치하는 것이 힘들다고 여겨졌다”고 폭로전을 이어가 논란을 낳았다.

결별 후 리디아 고의 성적이 하향세를 보이자 레드베터의 목소리와 비난 수위는 높아졌다. 지난 2018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날 아버지가 리디아에게 A스윙을 바꿀 것을 권유했고, 리디아는 혼란스러워했다. 코치에서 물러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리디아가 당시 잠시 부진했던 것은 코치의 문제가 아니라 피로도 때문이었다”며 “당시 리디아는 올림픽을 비롯해 정말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번아웃 증상이었다”고 폭로했다.

A스윙은 레드베터가 만든 스윙으로 몸통 스윙이 중심이 되며, 드로우 구질로 샷을 만들어 비거리를 늘릴 수 있다며 2016년 시즌부터 리디아 고에게 적용했던 이론이었다. 그러나 A스윙을 받아들인 뒤 리디아 고의 견고했던 스윙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론적으로 A스윙은 실패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레드베터와의 결별 후 한동안 침묵했던 리디아 고는 지난해 4월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2년여 만에 통산 15승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우승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 시즌 네 차례 톱 10에 들었지만 최근 열린 메이저 에비앙 챔피언십과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각각 9오버파와 12오버파로 컷 탈락하는 부진을 보였다. 최근에 이어진 부진으로 현재 세계랭킹은 24위까지 밀려나 있는 상태다. 리디아 고는 마음고생 때문인지 최근 살이 부쩍 빠진 모습으로 투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리디아 고의 부진에 레드베터는 또 핏대를 세웠다. 레드베터는 “리디아는 쉬면서 모든 것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부모의 간섭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리디아의 부모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무것도 모른다. 그들은 (딸의 부진에 대해서) 많은 책임이 있다”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레드베터의 지적은 옛 스승으로서의 걱정 어린 조언이라고 하기에는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이미 결별한 상태에서 이어지는 폭로전 성격의 인터뷰는 아직 20대 초반인 리디아 고에게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리디아 고의 한 측근은 “아버지는 2017년 이후 대회장에 거의 가지 않았다. 리디아 고가 자율적으로 골프를 하도록 응원해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레드베터의 거듭되는 부모에 대한 지적은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반론할 가치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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