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홀에서 파를 기록한 안니카 소렌스탐(왼쪽)과 박성현이 주먹을 맞대고 있다.[사진 대회조직위원회]
팬들의 투표는 적중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통산 72승의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전 세계랭킹 1위 박성현이 최강의 팀워크로 우승을 차지했다. 21일 강원도 양양 설해원골든비치에서 열린 '설해원 레전드 매치' 포섬 경기에서다.
대회 주최측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회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팬들이 직접 포섬 매치의 조를 짜는 이벤트를 열었다. 그 결과 소렌스탐과 박성현은 46%의 득표로 한 팀으로 낙점됐다.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에리야 쭈타누깐(태국)과, 박세리는 렉시 톰슨(미국), 줄리 잉스터는 호주 동포 이민지와 한 조로 편성됐다.
두 선수가 1개의 공을 번갈아치는 방식의 포섬 스트로크로 치러진 첫 날 경기에서 최강의 조합으로 꼽힌 소렌스탐 박성현 조는 출전한 4개 팀 중 가장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다. 박성현의 장타와 72승의 관록에서 묻어나는 소렌스탐의 숏게임이 조화를 이루면서 출전한 4개 팀 중 가장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다.
17번 홀까지 오초아-쭈타누깐 조와 2오버파 동타였던 소렌스탐-박성현 조는 18번 홀(파5)에서 3온, 2퍼트로 파를 적어냈다. 그러나 오초아 조는 세 번째 샷을 그린 주변 벙커에 빠뜨린 뒤 오초아가 네 번째 벙커 샷을 실수하면서 보기로 3오버파 2위를 했다. 소렌스탐 박성현 조의 최종 스코어는 2오버파였다.
이날 생일을 맞은 박성현은 “한 홀 한 홀이 믿기지 않았다. 꿈만 같은 경기였다. 18홀이 짧게 지나갔다”며 "영어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경기 내내 소렌스탐으로부터 여러가지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내 인생에서 잊지 못할 경기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소렌스탐은 "박성현의 티샷은 인상적이었다. 높게 띄워치는 아이언과 퍼트도 훌륭했다"며 "LPGA 투어를 주름잡고 있는 한국 선수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런 선수들이 있기에 LPGA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승은 소렌스탐과 박성현에게로 돌아갔지만 사실 경기의 승패는 큰 의미가 없었다. 레전드 선수들은 오랜만의 18홀 플레이에 행복해 했고, 가끔 실수가 나오면 익살스러운 제스처로 팬들을 기분 좋게 했다. 현역 선수들에게는 레전드와의 라운드 자체가 행복이었다.
한편 둘째 날인 22일에는 현역 선수들이 매 홀 상금을 놓고 경쟁하는 스킨스 게임을 치른다. 스킨스 게임 상금은 대회 종료 후 강원도 산불 이재민 돕기 성금으로 기부될 예정이다.
양양=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