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선수상 수상을 확정한 고진영.
"고국 무대에서 (올해의 선수상 수상을) 확정하게 돼 뜻깊습니다."
27일 부산 LPGA 인터내셔널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올 시즌 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올해의 선수상' 수상을 확정한 고진영(24)은 이야기를 하다 울컥 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고진영은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 239점으로 123점의 이정은에 116점차 1위를 지켰다. 한 대회 우승에 걸린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는 30점. 사실상 수상을 예약했던 고진영은 이번 대회에서 10언더파 공동 9위에 올라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 2점을 더했고, 이번 대회에서 수상을 확정했다. 이정은은 8언더파 공동 16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선수가 LPGA투어 올해의 선수를 받은 건 2013년 박인비(31), 그리고 2017년 공동 수상한 박성현(26)과 유소연(28)에 이어 네 번째다.
고진영은 "막판에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졌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성적에 만족한다. 한국에 돌아와 많은 갤러리 앞에서 경기할 수 있어 행복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수상이 결정돼 더 뜻깊다"고 말했다.
올 시즌은 고진영의 해였다. 3월 뱅크오브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첫승을 거둔 뒤 메이저 대회인 4월 ANA 인스퍼레이션과 7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8월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 우승으로 시즌 4승을 거뒀다. 수상을 확정한 올해의 선수상 뿐 아니라 평균타수, 상금랭킹에서도 1위에 올라 있다. 고진영은 "기록은 언젠가는 깨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열심히 노력하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고진영이 지난해 LPGA 투어에 데뷔한 뒤 2년 만에 최정상의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도전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진영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에서 활동하면서 9승을 거뒀지만 한 번도 1인자였던 적이 없었다. 고진영은 “자조 섞인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사실이다. KLPGA 투어에 데뷔했던 2014년에는 백규정 선수가 엄청난 활약을 하면서 신인상을 탔고, 이후에는 김효주 선수가 휩쓸었다. 그 뒤에는 전인지, 박성현 언니가 최고 자리에 올랐다”면서 “하지만 나는 그 속에서도 꾸준히 열심히 했고, 꾸준히 성적을 냈다. 지금 생각해도 그게 내 장점인 것 같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끊임없이 도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진영은 주위를 돌아보는 골퍼가 되겠다는 소감도 빠뜨리지 않았다. 세계랭킹 1위가 되고, 최고의 순간을 맞기까지 주위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고진영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골프를 했다. 프로가 됐을 때 집에 빚이 많았고, 5,6승을 했을 때도 빚을 다 갚지 못했다. 그만큼 열심히 노력했다. 올해처럼 더 좋은 골프를 하면서 자선 활동을 많이 하고 싶다"고 했다.
고진영은 다음 주 대만에서 열리는 스윙잉 스커츠 LPGA 타이완 챔피언십에 출전한 뒤 11월 미국에서 열리는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된다. 올해의 선수상 시상식은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기간 중에 열린다.
부산=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