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클래식에서 우승한 고진영.
고진영(26)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발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고진영에게도 뜻깊은 우승이었다.
고진영은 5일(한국시간) 끝난 LPGA 투어 발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에서 합계 16언더파로 마틸다 카스트렌(핀란드·15언더파)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지난해 12월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이후 7개월여 만에 LPGA 투어 개인 통산 8승째를 거뒀다. 시즌 첫 우승에 고진영은 미뤄왔던 숙제를 푼 것처럼 홀가분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축했다.
고진영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지난 몇 대회 동안은 ‘골프 사춘기’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 몇 개월 동안 버디만 하면 그 다음에 항상 공의 바운드가 좋지 않거나 무언가를 맞고 나가는 등의 불운이 있었다. 그래서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고 업그레이드된 선수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던 그는 우승 덕에 터닝포인트를 얻었다. 그는 "7월이 되자마자 이렇게 좋은 일이 생겼다. 특히 지난 목요일에서 아빠가 생신이었다. 아빠한테 좋은 선물을 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이번 대회 셋째날 2라운드 잔여 14개 홀, 3라운드 18개 홀 등 총 32개 홀을 치르는 강행군을 펼쳤다. 그는 "굉장히 힘들었다"면서 "10년 넘게 18홀 이상을 친 적이 없었다. 체력 훈련을 많이 해야겠단 걸 느꼈다. 너무 힘드니까 잠도 잘 못자고 몸이 지쳤다. 어찌보면 정신이 육체를 지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단독 선두에 올라섰고, 최종 라운드에서도 리드를 지켜냈다. 그는 "지난 몇 개 대회에서 힘들면서, 어떻게 내가 가지고 있는 걱정과 염려를 내려놓고 경기할 수 있을까에 대해 기도를 많이 했다. 그런 점이 마지막 퍼트를 하고나서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우승 순간 고진영은 4개월 전 별세한 할머니를 떠올렸다. 그는 "한국에서 갈 수 없던 상황이었기에 할머니 입관하시는 것도 못 봤다.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이 지금은 천국에서 보고 계실 걸 생각하니까 뭉클했다. 분명히 좋아하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도쿄올림픽 전에 에비앙 챔피언십 출전으로 샷을 가다듬을 계획이다. 고진영은 "에비앙 대회에 나간 후에 도쿄올림픽으로 갈 생각이다. 에비앙 챔피언십에 나가기 전까지는 체력이나 스윙감같은 부분을 좀 더 완벽하게 보완할 것이다. 시험 관문이라고 생각하고 에비앙 대회에서 이것저것 시도를 해본 후에 도쿄 올림픽으로 건너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