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이민지에게 역전 우승을 내준 이정은6.
지난 25일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3라운드를 마친 뒤, 이정은6(25)은 우승 도전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2위 노예림(미국)에 5타 차 앞선 상태였던 그는 "메이저 우승 욕심이 있다. 하지만 욕심을 부린다고 해서 될 게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서 "긴장을 늦추면 안 될 것 같다. 코스도 어렵다는 점도 변수다. 매 샷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6월, US여자오픈 이후 모처럼 찾아온 우승 기회였다. 그것도 또한번 메이저 대회 우승 도전이었다. 분위기는 좋았다. 이번 대회 둘째날 61타를 기록해 메이저 18홀 최소타 타이 기록을 세웠다. 셋째날엔 경쟁자들과 타수를 더 벌려 여유있게 최종 라운드를 맞는 듯 했다. 그러나 최종일에 이정은이 보여준 모습은 전과 달랐다. 긴장한 게 보였다. 라운드 중반에는 행동과 표정으로 아쉬움이 가득한 게 역력해보였다. 퍼팅 스트로크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한쪽에서 계속 퍼팅 자세 연습을 취하는 모습이 TV 화면에 자주 잡혔다. 뒷심을 발휘했지만, 연장 첫 홀에서 결정적인 순간 샷 미스가 나왔다. 고개를 떨궜고, 끝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8번 홀을 마치고 노예림과 포옹하는 이정은6. [사진 Gettyimages]
이정은이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롤러코스터 같았다. 첫 홀 버디만 해도 산뜻하게 시작하는 듯 했다. 그러나 연이은 퍼트 난조로 3~5번 홀에서 3연속 보기를 적어냈다. 이어 8번 홀(파3)에서도 3퍼트로 보기를 적어내 노예림에게 선두를 내줬다. 그러다 12번 홀(파4)에서 모처럼 날카로운 세컨드 샷에 이은 버디를 넣고 힘을 냈다. 16~18번 홀에서 3연속 버디를 기록한 이정은은 버디를 넣을 때마다 우승하겠단 의지를 드러내듯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악물었다.
이날 하루 7타를 줄인 이민지(호주)와 합계 18언더파 동률을 이루면서 연장을 치렀다. 그러나 18번 홀에서 치른 연장 첫 홀에서 허무하게 도전이 끝났다. 이정은이 시도한 두 번째 샷이 그린 주변 해저드에 빠지고 말았다. 샷을 하고서 고개를 떨군 이정은은 결국 보기로 홀 아웃하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경기 내내 견고한 플레이를 펼치던 이민지에게 역전 우승을 내준 이정은은 이날만큼은 그의 별칭인 '핫식스'가 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