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정. 사진=게티이미지
흐름은 좋다. 설렘과 긴장감이 공존하는 낯선 공간이 오히려 복잡한 생각을 지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6년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정규투어 우승을 노리는 최운정(31, 볼빅) 얘기다.
최운정은 지난 30일(한국시간) 북아일랜드 갈곰에 있는 매서린 골프클럽(파72)에서 이어진 LPGA투어 ISPS한다 월드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50만달러) 2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바꿔 3타를 줄였다. 중간합계 10언더파 135타로 미국의 엠마 탈리(13언더파)에 3타 차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첫 날에 비해 다소 주춤 한 것은 사실이지만, 3, 4라운드가 열릴 갈곰 캐슬 골프클럽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난도가 높은 곳으로 알려진 매서린 코스에서 언더파를 유지한 것만으로도 희망적이다.
최운정은 “코스 파악이 되지 않아 페어웨이와 그린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페어웨이와 그린 적중률을 높여 타수를 잃지 않는 전략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운정은 이날 페어웨이 적중률 64.3%, 그린적중률 83.3% 등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 드라이버 정확도 1위에 올랐을 만큼 안정적인 샷을 하는 선수다. 최운정은 “원하는 구질을 내기 위해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이 적중률을 꾸준히 유지하는 비결인 것 같다. 페어웨이 적중률이 높으면 심리적 안정감이 생긴다. 안정은 자신감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낯선 코스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최운정에게는 페어웨이를 지키는 전략인 셈이다.
10번 홀(파5)부터 시작한 최운정은 1라운드 첫 홀 이글에 이어 이날도 버디를 낚으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1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낚아 3타를 줄이며 순항하는 듯했지만, 12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한 뒤 17번홀(파3)까지 파 행진을 이었다. 그는 “마지막 홀 버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 보기 후 계속 파만 하다가 마지막에 버디가 나와 2라운드를 잘 마무리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부친이 캐디로 나서 외롭지 않다는 최운정은 “매 대회 소중하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번 대회는 특성상 이벤트 대회를 치르는 기분이다. 즐기는 마음으로 남은 라운드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우승 욕심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