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나흘 내내 60대 타수를 기록한 김세영.
한국 여자 골프의 도쿄올림픽 도전이 끝났다. 5년 전보다 좋은 경기력을 갖춘 골퍼들의 도전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메달 없이 대회를 마쳤다.
박인비(33), 김세영(28), 고진영(26), 김효주(26) 등 한국 여자 골프대표팀은 7일 끝난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고진영과 김세영이 10언더파 공동 9위, 김효주가 9언더파 공동 15위, 박인비는 5언더파 공동 23위로 대회를 마쳤다. 여자 골프 세계 1위 넬리 코다(미국)가 17언더파로 금메달을 땄고, 나란히 16언더파를 기록한 이나미 모네(일본),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연장 승부 끝에 각각 은메달, 동메달 주인공이 됐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 여자 골프는 2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 가능성을 점쳤다. 세계 2위 고진영, 3위 박인비, 4위 김세영, 6위 김효주 등 출전 선수 4명이 모두 세계 톱10 안에 들었다. 미국과 함께 한 국가에서 확보할 수 있는 최대치인 4장의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선수들은 어벤저스와 달콤한 주스를 합한 '어벤주스'라는 팀 이름도 만들면서 시원한 경기력을 선보일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실전에선 달랐다. 첫날과 둘째날 35도 안팎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박인비는 "골프를 20년 하면서 이렇게 더운 적은 처음이었다"고 했고, 다른 선수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경기력 면에선 그린 위 플레이가 아쉬웠다. 퍼트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원하는 방향대로 순위 싸움을 펼치지 못했다. 2라운드에선 박인비를 제외하고 3명이 퍼트 이득 타수 통계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사이를 틈타 넬리 코다가 치고 올라섰다. 둘째날 9타를 줄여 경쟁자들과 차이를 벌렸다. 또 이나미 모네, 아디티 아쇽(인도) 등 예상치 못한 복병들까지 떠올랐다.
김효주. [사진 Gettyimages]
어벤주스 4인방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기상 문제로 54홀 축소 운영 가능성이 제기되자 공격적인 운영을 다짐하고 3·4라운드 경기를 풀어갔다. 결과적으로 네 명 모두 나흘 중에서 오버파 라운드를 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김세영은 나흘 내내 60대 타수(69-69-68-68)를 기록했고, 고진영(68-67-71-68), 김효주(70-68-70-67), 박인비(69-70-71-69)도 오버파 라운드는 없었다. 그러나 넷 다 타수를 확 줄이는 경기를 하지 못했다. 결정적인 '한 방'이 없었다. 4명 모두 72홀을 치르면서 아무도 이글을 기록하지 못했다. 파4 홀에서 1온, 파5 홀에서 2온 후 분위기를 바꿀 이글이 없었고 상위권과 차이를 확 줄이지 못했다.
3년 뒤 파리올림픽을 기약할 골퍼들은 이번 올림픽이 좋은 경험이 됐다. 고진영은 "근성이 더 올라오는 계기가 됐다"고 했고, 김효주는 "이번 주에 실수를 많이 해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보완할 게 많은 대회였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