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여자 골프 셋째날 티샷하는 고진영.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한국 여자 골프가 시련의 2021시즌을 보내고 있다. 도쿄올림픽을 메달 없이 마감한 한국은 남은 시즌에 대한 부담감도 한층 커졌다.
올 시즌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에서의 성적만 따져도 한국 선수들의 부진이 눈에 띈다. 올해 20개 대회에서 단 3승에 그치고 있다. 미국(6승)은 물론 태국(4승)에도 밀리고 있다.
한국 선수들은 2011시즌 23개 대회에서 3승에 그친 이후 최악의 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2015년 이후 6년 연속 LPGA 투어 최다승 합작 기록을 세우던 것과 대조된다. 올림픽 메달은 물론, 올해 치른 4차례 메이저 대회 우승을 거둔 한국 선수도 없었다. 한국 선수가 메이저 우승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는 건 2010년 이후 11년 만이다.
LPGA 투어 주요 개인 타이틀 경쟁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밀리고 있다. 10일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넬리 코다(미국)가 도쿄올림픽 금메달에 힘입어 랭킹 포인트 10.49점을 기록해 2위 고진영(8.75점)과 차이를 더 벌렸다. 올 시즌 LPGA 투어 3승을 거둔 코다는 상금(185만6649 달러), 평균 타수(68.891타), 올해의 선수(161점) 등 주요 타이틀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상금 부문에서는 톱5에 오른 한국 선수가 한 명도 없다. 올해의 선수에서도 5위에 올라있는 박인비(70점)가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있다.
올해 세계 1위를 비롯해 LPGA 투어 주요 부문을 휩쓸고 있는 넬리 코다. [사진 Gettyimages]
한국 선수들이 주춤했던 2010·2011년엔 2년간 10승을 달성하면서 ‘절대 강자’로 떠오른 청야니(대만)가 있었다. 올 시즌엔 양상이 조금 다르다. 세계 1위 넬리 코다 외에도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을 위협하고 있다. LPGA 투어에선 유카 사소(필리핀), 마틸다 카스트렌(핀란드) 등 기존에 주목하지 않던 국가에서 실력 있는 신예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또 리디아 고(뉴질랜드), 아리야 주타누간(태국) 등 전 세계 1위들이 다시 떠올랐다.
도쿄올림픽에선 일본 투어를 주무대로 삼던 이나미 모네(일본)가 은메달, 유럽 여자프로골프 투어(LET)에서 활동하는 아디티 아쇼크(인도)가 4위에 올라 한국 선수들을 밀어냈다. 여자 골프의 판이 넓어지고 각 국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하던 골퍼들이 하나둘씩 성과를 내는 셈이다.
세계 2위 고진영, 3위 박인비, 4위 김세영, 6위 김효주는 지난주에 이어 자신의 세계 랭킹을 지켰다. 그러나 올 시즌 남은 대회 성적에 따라 이 랭킹이 요동칠 가능성은 크다. 19~22일 열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을 비롯해 올해 남은 LPGA 투어 대회는 11개다. 12일부터 나흘간 열릴 스코티시 여자 오픈에는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4인방은 불참한다. 이정은, 전인지, 허미정 등 한국 선수 9명이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