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투어에서 8번째 시즌이예요. 예전엔 가장 막내였는데 이젠 나보다 세네살 어린 선수들이 보이니까 나도 나이가 든 것 같네요.”
18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IG 여자오픈 공식 기자회견에서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농담 조로 표현한 말이다. 최연소 여자 골프 세계 1위 등 10대에 골프 천재 소녀 별칭을 얻었던 그는 깊은 슬럼프를 거쳐 이제 다시 환하게 웃고 있다. 지난 4월 롯데 챔피언십 우승으로 부활을 알리고, 올 시즌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 리디아 고가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AIG 여자오픈에선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할 지 주목된다.
리디아 고는 2018년 4월 메디힐 챔피언십 이후 한동안 우승이 없었다. 스윙 코치를 수차례 바꾸고, 경기력도 내려가면서 자신감을 잃었다. 세계 랭킹은 한때 55위까지 추락했다. 재기하는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리디아 고는 지난해부터 조금씩 일어섰다. 지난해 LPGA 투어 13개 대회 중 5개 대회에서 톱10에 든 리디아는 올해 완전히 자신감을 찾았다. 롯데 챔피언십 우승을 비롯해 15개 대회 중 8개 대회 톱10에 올랐다. 특히 최근 상승세가 눈에 띈다. 지난달 메이저 대회인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공동 6위에 올랐고, 도쿄올림픽에선 동메달을 따 2회 연속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어 16일 끝난 스코티시 여자 오픈에서도 준우승했다. 연이은 상승세에 세계 랭킹도 이제 6위까지 올라섰다.
대부분 지표가 지난해보다 회복했다. 평균 타수(69.69타)는 3위에 올라있고, 60대 타수를 기록한 라운드 수(24개)도 9위에 올라있다.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5야드 이상 늘었고, 그린 적중률은 지난해 68.91%에서 올해 71.50%로 올라갔다. 그린 적중시 퍼트수(1.73개), 평균 퍼트수(28.76개) 모두 3위에 랭크돼 있다.
18일 AIG 여자오픈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리디아 고. [사진 Gettyimages]
리디아 고의 상승세엔 멘털 향상이 비결로 꼽힌다. 리디아 고의 멘털 코칭을 담당하는 정그린 그린코칭솔루션 대표이사는 "리디아가 평소 긍정적이고 선하고 현명하다. 그러나 골프에서 잠시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래서 자존감을 올리는 일을 많이 했다. 스윙이 어떻게 가든, 당당하게 휘두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많이 바꿔갔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천천히 단단하게 가자는 말을 많이 했다. 예전의 본인 모습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현재, 앞으로 만들어가는 걸 기억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리디아가 그걸 해냈다. 스스로 잘 해내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기뻤다"고 말했다.
한층 밝아진 리디아 고의 발언에서 그의 심적인 여유도 느껴진다. 리디아 고는 AIG 여자오픈 공식 기자회견에서 "저보다 오래 투어에서 활동한 선수들이 있는데, 그들이 어떻게 경쟁에 몰두하고 있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놀랍다. 훌륭히 골프를 하고, 경기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다. 골프에서 좋은 점은 오랫동안 할 수 있단 점이다. 높은 수준의 대회를 치르는 건 분명히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좀 더 지속적으로 이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길 바란다"던 그는 "이런 종류의 게임을 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말로 즐기는 경쟁을 강조했다. 리디아 고는 19일 후루에 아야카(일본), 제니퍼 컵초(미국)와 이 대회 1라운드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