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이 지난 20일(한국시간)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고진영(26, 솔레어)의 별칭은 ‘송곳 아이언’이다. 아이언 샷 정확도가 워낙 좋기 때문이다.
한가위 연휴 기간이던 지난 20일(한국시간) 디 오리건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총상금 140만달러)에서 여유 있게 우승을 차지한 비결도 정교함과 예리함을 두루 갖춘 아이언 샷 덕분이다.
LPGA가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되돌아본 고진영의 활약상은 그가 곧 세계랭킹 1위를 탈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기 충분하다. 올해 13개 대회에 출전해 2승을 따냈고, 일곱차례 톱10에 진입하는 등 수치 상으로도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페어웨이 안착률 10위(79.94%) 그린적중률 8위(75.56%)는 고진영의 정확성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증명한다.
LPGA는 ‘페어웨이를 80% 가까이 지켜내고, 네 번 중 세 번은 그린에 볼을 올리는데다 마법 같은 퍼팅까지 갖추고 있는 고진영은 골프가 지루하고 쉬워 보일 것’이라고 극찬했다.
여기에 선수들의 각종 샷 수치를 측정해 다양한 통계를 도출하는 KPMG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수치를 보여줬다. 홀에서 75~100야드 이내에서 샷을 하면 평균 10피트 11인치(약 3.3m) 거리에 볼을 떨어 뜨린다. 100야드 이내 어프로치 샷 정확도부문에서 고진영이 LPGA투어 전체 1위에 올라있다. LPGA투어가 ‘고진영에게는 66, 67타를 치는 게 시시한 일’이라고 극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72홀 노보기 우승, 114홀 연속 노보기 등 진기록을 수립한데다 올해도 언더파 라운드 2위(33회) 60대 타수 기록 4위(21회) 등을 기록한 동력도 완벽에 가까운 아이언 샷 덕분이다.
LPGA투어 최고의 정확성은 수많은 반복 훈련으로 다져진 노력의 산물이다. 실제로 고진영은 연습라운드나 훈련 때 80~100야드 거리에 공 10개를 던져 놓고 샷 하는데, 핀에서 한 두발 거리 이내에 7~8개를 떨어뜨리는 훈련을 반복한다. 드라이빙 레인지에서는 캐디를 세워 두고 발 옆에 볼을 떨어뜨리는 훈련을 했을 정도다.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 우승으로 LPGA투어 통산 9승째를 수확한 고진영은 한국 선수들에게 익숙한 아칸소에서 통산 10승에 도전한다. 오는 25일 미국 아칸소주 로저스 피나클 컨트리클럽(파71, 6438야드)에서 막을 올리는 월마트 NW 챔피언십(총상금 230만달러)에 출격해 시즌 3승이자 통산 10승 사냥에 나선다.
2008년 시작한 월마트 챔피언십은 이선화가 초대 우승을 차지한 이래 13차례 열린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6승을 따냈다. 가장 최근에는 박성현이 2019년 18언더파로 우승을 따냈다. 남다른 정확성으로 무장한 고진영이 내친김에 연승을 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