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가 30일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CC에서 열린 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티샷하고 있다. 사진=장강훈기자
2년 만에 국내 팬 앞에서 샷 감을 뽐내려던 ‘천재 골프 소녀’ 리디아 고(24, PXG)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리디아 고는 30일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 컨트리클럽(파71, 6480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 1라운드 1번홀 티샷을 앞두고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장하나(29, BC카드) 박현경(21, 한국토지신탁) 등과 한조로 편성돼 2년 만의 KLPGA투어 티샷을 준비하던 도중 야디지북이 사라진 사실을 알아챘다.
보통 선수들은 대회장에서 마련한 연습그린에서 마지막 훈련을 한 뒤 티잉 구역으로 이동한다. 뉴질랜드 교포이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탓에 전담 캐디와 동행하지 못한 리디아 고는 하우스 캐디와 호흡을 맞춘다.
1번홀 티샷 시간에 맞춰 개인정비를 마친 리디아 고는 티와 야디지북 등 경기에 필요한 각종 물품을 빼내기 위해 캐디백을 열었다. 주머니 이곳저곳을 뒤지다가 뒷주머니를 만져본 뒤 가슴이 철렁하는 표정을 지었다.
리디아 고는 “야디지북이 사라졌다. 캐디가 이동하면서 떨어뜨린 것 같다”며 하나금융그룹 관계자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직원들이 캐디에게 동선을 물어보는 등 잠시 주변이 술렁였다. 티샷 시간이 5분도 채 남지 않은 급박한 상황.
캐디백 왼쪽 주머니를 샅샅히 뒤진 리디아 고는 혹시 하는 마음으로 우측 주머니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내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 포켓에 들어있었다”며 환한 미소를 되찾았다. 캐디와 리디아 고의 단순 커뮤니케이션 실수로 좌우가 뒤바뀐 해프닝이었던 셈이다.
장하나와 리디아고, 박현경(왼쪽부터)이 30일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CC에서 열린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1라운드 첫홀 티샷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장강훈기자
야디지북은 코스 지도를 얇은 수첩으로 만든 일종의 경기 보조 도구다. 코스 길이와 경사도, 굴곡뿐만 아니라 그린 경사도를 세세하게 표기해 뒀기 때문에 코스 매니지먼트를 중요시하는 프로 선수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되는 물품이다. 대회전 소화하는 공식 연습라운드를 거쳐 야디지북에 자신만 알 수 있도록 코스 공략법을 표기하기 때문에 경기 직전 이를 잃어버리면 이른바 블라인드 라운드를 해야 하는 아찔한 상황을 맞게 된다.
지난달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군산CC오픈에 참가한 야구 선수 출신 윤석민(35)은 “야디지북을 처음 접해봤는데, 프로 선수들은 1m 단위로 체크를 하며 공략 지점을 설정하더라. 코스매니지먼트가 왜 중요한지, 프로 선수들은 얼마나 세밀하게 매니지먼트를 하는지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리디아 고도 코스 매니지먼트 측면에서는 세계 톱 클래스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산악 지형이기 때문에 코스 매니지먼트에 신경을 써야 원하는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의욕을 드러냈다. 우여곡절 끝에 티잉 구역에 올라선 리디아 고는 티샷이 우측으로 살짝 밀려 러프에 떨어졌지만, 어렵지 않게 파 세이브를 하며 화기애애하게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