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이 11일(한국시간) 뉴저지 웨스트 콜드웰의 마운틴 리지CC에서 열린 LPGA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보기 하나 정도는 해야 사람냄새가 나지 않나 싶다.”
세계랭킹 1위 탈환을 노리는 고진영(26, 솔레어)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통산 10승 고지를 밟았다. 한국인 선수로는 박세리(25승) 박인비(21승) 신지애(11승) 김세영(12승)에 이은 다섯 번째 기록이다.
고진영은 11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 콜드웰에 있는 마운틴 리지 컨트리클럽(파71, 6612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총상금 300만달러)에서 각종 진기록을 쏟아내며 우승을 차지했다.
첫날 63타로 선두에 오른 뒤 이날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바꿔 5언더파 66타를 적을 때가지 단 한 번도 리더보드 최상단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와이어 투 와이어로 시즌 3승이자 통산 10승째를 따낸 고진영은 “지난주에 너무 아쉬운 경기를 했기 때문에 이번 주에 (충격을)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을까 부담감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지난 4일 끝난 숍라이트 LPGA클래식에서 마지막 홀 짧은 퍼트를 놓쳐 1타 차 준우승에 머물렀다. 샷 감이 워낙 좋았고, 2승 째를 따낸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 때부터는 퍼트 감도 정점에 올라 적수가 없는 것처럼 보였던 터라 최종라운드 실수가 더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승을 확정한 뒤 두 팔을 벌려 환하게 웃고 있는 고진영. 사진=게티이미지
고진영은 “날씨가 좋지 않아서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경기를 했다. 감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면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돌아본 뒤 “보기 없는 라운드가 오늘 목표였는데 (끝나고 보니) 보기 한 개 쯤은 해야 사람냄새가 나지 않나 싶다”며 웃었다. 17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한 것을 재치있게 풀어낸 셈이다.
최종라운드를 66타로 마치면서 지난 7월 에비앙 챔피언십부터 시작한 60타대 라운드를 14연속 라운드로 늘렸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2005년 세운 최다 연속라운드 60대 타수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오는 20일 부산에서 개막하는 BMW 레디이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60대 타수를 기록하면 LPGA투어 역사를 새로 쓴다.
트로피와 함께 셀카를 찍고 있는 고진영. 사진=게티이미지.
진기록을 작성한 고진영은 “와이어 투 와이어, 타이틀 방어 등 큰 압박감을 갖고 경기를 해야 하는 날이었다. 압박이 클수록 집중하기 좋은 것 같아. 덕분에 오늘 플레이를 잘 할 수 있었고, 만족한다”고 말했다. LPGA투어 신기록이 걸린 대회에서도 충분히 60대 타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고진영은 “보고 싶은 사람도 많고 대박이(강아지)도 보고 싶다. 부모님이 옆에서 맛있는 음식도 많이 해주셨지만, 한국에서 먹는 맛이 있기 때문에 빨리 가서 맛있는 것 먹고,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10승을 했고, 미국에서도 10승을 하게 돼 너무 기쁘다. 디펜딩 챔피언인 대회에서 개인통산 20승을 달성하게 돼 영광”이라며 “소렌스탐의 기록을 깰 기회가 생긴만큼 고국에서 새 기록을 작성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