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는 "아킬레스건이 많이 늘어난 상태다. 임팩트를 할 때 다리에 찌릿한 느낌이 있다. 아무래도 샷을 하는데 신경이 쓰였다"고 했다. [에비앙=이지연 기자]
14일 새벽(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르뱅의 에비앙리조트골프장(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 3라운드를 마치고 김효주(19·롯데)는 절뚝거리며 클럽하우스로 향했다. 김효주의 아킬레스건은 아킬레스건이다. 원래 약한 편인데 이번 대회를 앞두고 상태가 나빠졌다. 필드에서 두 다리를 질질 끌고 걸어다녔을 만큼 통증에 시달렸다.
1라운드에서 남녀 통틀어 메이저 최저타 기록(10언더파 61타)을 세우는 맹활약으로 통증을 까맣게 잊었지만 3라운드에서 다시 통증이 찾아왔다고 한다. 김효주는 "아킬레스건이 많이 늘어난 상태다. 임팩트를 할 때 다리에 찌릿한 느낌이 있다. 아무래도 샷을 하는데 신경이 쓰였다"고 말했다.
대회장인 에비앙리조트골프장은 산에 있다. 오르막, 내리막과 비탈진 경사지가 많아 다리가 더 아프다. 김효주는 통증과 싸웠고 끝내 이겨냈다. 그는 "아프지만 하루는 더 버틸 수 있다. 골프가 안 되는 이유를 대자면 끝도 없다. 모든 결과는 나 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7언더파 2위 카리 웹(40·호주)에 1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그는 우승에 대한 부담을 지우려 했다. 김효주는 "지인들로부터 '무조건 우승해야 한다'는 문자를 수없이 받았다. 하지만 우승을 생각하면 오히려 안 오는 것 같다. 그저 즐겁게 경기를 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최종 라운드 첫 홀에서 김효주는 버디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카리 웹이 이 홀에서 버디를 해서 공동 선두가 됐다. 그러나 김효주는 바로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파 3인 2번 홀에서 홀인원이 될 뻔한 티샷을 하면서 버디를 잡았다. 웹은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했다. 타수 차는 3으로 벌어졌다.
웹은 이후 지루한 파 행진만을 했다. 오히려 김효주의 적수는 맹타를 휘두르며 타수를 줄여 온 최나연이나 허미정, 장하나 등 한국 선수들이 되는 듯 했다.
'여자 백상어' 웹은 9번 홀부터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파 5인 이 홀에서 2온에 성공해 버디를 잡았다. 기세를 탄 웹은 10번 홀, 11번 홀에서도 버디를 잡아 9언더파로 올라섰다.
그러나 김효주는 흔들리지 않았다. 김효주도 11번홀과 12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3타 차를 유지했다.
그러나 '베테랑' 웹은 역시 저력이 있었다. 파 3인 14번 홀 김효주의 티샷이 약간 짧았다. 조금만 더 갔다면 내리막을 타고 핀 옆으로 갔겠지만 조금 짧아 10여 m의 내리막 퍼트를 남겨 놓게 됐다. 김효주는 보기를, 웹은 버디를 했다. 웹은 파 5인 15번홀에서도 타수를 줄였다. 김효주와 동타가 됐다. 선두권에 몰려 있던 한국 선수들은 약속이나 한듯 차례로 보기를 하면서 사라졌다. 김효주는 17번 홀에서 두번째 샷을 뒤땅을 치기도 했다. 우승은 웹이 가져가는 것 같았다.
마지막 18번 홀. 웹은 티샷이 좋았고 두번째 샷도 그린 근처 프린지로 갔다. 파 세이브가 무난해 보였다. 버디가 거의 나오지 않는 어려운 홀이어서 김효주도 버디를 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김효주의 약 5m 버디 퍼트는 홀로 빨려들어갔다. 그린 주위 프린지에서 샌드웨지 날로 친 웹의 샷은 홀을 지나쳤고 파 퍼트마저 넣지 못했다. 김효주는 "마지막 홀에서 온 힘을 다해 경기해 버디가 나와서 좋다"고 말했다.
김효주는 이날 3언더파 68타를 쳐 최종합계 11언더파를 기록했다. 웹이 10언더파다. 장하나와 허미정이 9언더파 공동 3위, 최나연은 8언더파 5위를 기록해 에비앙 챔피언십은 한국의 축제로 막을 내렸다.
에비앙=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