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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ue Up! KPGA ⑨] 회장 리스크에 사기업처럼 운영

기획취재팀 기자2023.04.27 오전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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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 KPGA협회장 취임식 [사진=KPGA]

우리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가치 높이기(Value Up)’ 연재를 하는 건 협회의 한두 가지 실책과 파편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고자 함이 아니다.

최근 수년간 잘못과 파행이 반복되었고 이는 향후에도 한국 남자 골프의 경쟁력 약화를 지속시킬 우려가 크기에 근본적인 변화와 운영의 혁신을 요구하는 것이다.

KPGA는 기본적으로 한국 남자 골프 선수들을 위한 조직이다. 그런데 변화와 혁신을 이끌 회장이나 사무국에 문제가 있다면 아무리 좋은 대회를 운영해도 선수들의 이익과 복지와는 동떨어진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올해로 4년의 임기 마지막해를 맞은 구 회장은 연임 의사를 밝히면서 협회와 투어의 주요한 결정을 독단적으로 이끄는 행태를 보였다. 지난달말 열린 KPGA총회가 파행 끝에 중단되고 챔피언스투어 개막전이 돌연 취소되는 등 파행으로 대의원들이 협회 사무국과 대립하고 있다. 지난해 결산과 올해 사업 예산을 승인했어야 할 총회는 5월초로 연기됐다.

구자철 KPGA회장은 지나온 임기 3년 내내 사회관계망(SNS) 게시글 등에서 투어와 협회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설화(舌禍)를 일으켰고, 사무국은 지난 3년동안 회장의 지시에 순응하는 조직으로 순치(順治)되어 회장의 개인 기업처럼 변질된 모습마저 보인다.

말과 글은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구 회장의 SNS 게시글이 설화에 그치지 않고 협회 운영에 악영향을 끼쳤던 사안들을 살폈다. 사무국이 선수가 아닌 회장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가 된 과정을 점검해 봤다.

2020년 4월 17일 취임식을 열고 부임한 구 회장이 언론에 등장한 건 5월22일 ‘협회가 공고도 내지 않고 제대로 된 검증없이 직원 2명을 하루만에 특별 채용했다’는 ‘깜깜이 채용’ 기사로 처음 나왔다.

당시 구 회장은 해명하는 글을 자신의 SNS에서 올려 ‘(기존엔 급여가 지급됐던) 수석부회장이 무급여 봉사이기에 그 예산으로 사원 2인 정도는 새로 뽑아도 될 듯하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논점은 채용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훼손에 대한 것이었으나 관련 언급 없이 채용의 정당성만을 해명하는 데 그쳐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5월27일에는 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투어 대회를 후원하는 기업들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너네 다 죽었어’, ‘남자프로 공공의 적’이라는 SNS 게시글을 올렸다. 술을 곁들인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귀가길에 올린 구 회장의 글은 원성과 비판이 이어진 뒤에 삭제됐지만 이미 널리 퍼지면서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일었다.



9월14일에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전 국민이 모임 등 약속을 자제하는 가운데 구 회장을 비롯한 KPGA 임원들의 술자리 논란이 기사화됐다. 구 회장은 SNS 게시물에서 ‘골프협회 격려 방문을 해 오랜만의 소폭 도미노 한 번 했다’고 자랑하듯 적었다. 하필 그날은 모임을 엄격히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다음날이었다.

논란이 일자 구 회장의 SNS 활동은 대폭 줄었다. 하지만 협회 노조 관련 사안에서 편파적인 의견으로 논란을 키웠다. 임기 2년차인 2021년 5월경 협회에서 노조가 체육단체로는 100일 이상 최장 기간 파업을 했을 때의 게시물이 대표적이다. 사무국의 한 간부가 동성 부하 직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하자 구 회장은 피의자 입장을 두둔하는 글을 올렸다.

구 회장은 SNS에 ‘누군가 팀장을 모함했을지도 모른다’거나 ‘피의자로 몰리는 팀장의 인권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게시글을 올린 뒤에 ‘요상한 조직이니 확 다 바꿔 놓겠다’고 다짐했다. 2달 뒤에 피해자 직원은 언론 대응을 못했다는 이유 등으로 보복성 징계를 받았다.

그해 9월에는 구 회장이 KLPGA투어 대회 '엘크루-TV조선 프로셀러브리티'에 선수 출신의 A전무를 캐디로 대동하고 셀러브리티 자격으로 출전했다. 일요일에는 프로와 명사가 한 팀을 이뤄 대회를 치렀는데 연예인들과 스포츠 스타가 있는 자리에 협회장이 한 자리를 차지했다. 당시 구 회장이 SNS에 올린 출사표는 ‘KPGA 홍보를 위해 대회에 출전한다’였다.

그런데 구 회장만 출전한 게 아니었다. KPGA 사무국 홍보마케팅팀 직원으로 채용한 KLPGA투어 선수 출신 B프로가 초청 자격으로 출전한 데 이어 1라운드에서 B프로의 캐디백을 KPGA 마케팅팀 C실장이 멨다. 사무국 직원들이 KLPGA대회에 두 명이나 파견되고 자신도 셀러브리티 자격으로 전무를 대동하고 나가 KPGA를 얼마나 홍보했을까?

B프로는 이후에도 드림투어 대회 일정에 따라 KLPGA 대회에도 나가며 KPGA업무와 투어 활동을 병행한다. C실장은 구 회장이 채용한 이로 현재 운영 대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애초 사무국 규정에는 겸직할 수 없으나 회장 직권으로 규정을 바꿔 별정직 예외 조항을 만들어 계약직으로 채용한 상태다.

한 커뮤니티에 올렸던 '골프&컬처' 내용

21년6월에 구 회장은 ‘골프 & 컬처’라는 커뮤니티의 회원을 신규 모집하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역대 KPGA회장 중에 존경받는 7명에게만 부여했던 ‘명예회원증’을 380만원의 회원 가입비를 내면 제공한다고 공지한 후 논란이 되자 없던 일로 했다. 특히 이사회 의결 사안인 ‘명예회원’ 안건을 회장 직권으로 돈을 받고 팔려 했다는 점은 잘못된 시도였다.

시간이 지나 구 회장의 SNS는 다시 늘었다. 회장 품위에 어울리지 않는 18금 표현을 올리는가 하면 KPGA 조직 자체를 비꼬고 하대하는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몇몇 게시물에서 KPGA를 ‘망하기 일보 직전의 조직’이었다는 등 깎아내리는 표현도 나왔다.

임기 3년차인 지난해 6월11일에는 비속어를 섞은 게시글이 다시 논란에 올랐다. 경남 양산에서 메이저 대회인 KPGA선수권 기간에 구 회장은 ‘왜 김비오 샷 할 때마다 이 X랄이냐? 비오야, X큐 한번 더해. 내가 막아줄 게’가 올랐다. 당시 한 갤러리가 스마트폰 카메라를 잘못 누른 실수였고 김비오도 대범하게 웃어넘겼지만 회장이 비속어를 쓸 만큼의 상황은 결코 아니었다.

구 회장은 선수를 격려한다는 이유로 대회 챔피언조 선수들과 단체 사진 촬영을 종종 한다. 마지막날 우승을 다투려 티잉 구역에 오른 선수들과의 사진 촬영은 선수를 배려하지 않는 무례한 행위다. 또한 챔피언조만 찍는 것도 편파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렇게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니 선수들은 회장의 자랑을 위한 찬조 출연자 역할이다.

임기 마지막해를 맞은 올해 구 회장은 연임 의지를 천명하면서 자신의 치적 만들기에 급급했다. 2월말에 시즌 스케줄을 발표하면서 ‘역대 최고 상금액과 대회수도 최대’라고 강조했으나 서너개의 대회는 스폰서와 장소도 미정된 상태였고 그중 하나는 벌써 취소됐다.

방송 중계권 계약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특정 회사를 염두에 둔 듯한 뉘앙스로 금액을 대폭 올리겠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시즌 시작 후 치러진 지난 2개 대회에서 시청률의 폭락, 채널 혼란으로 인한 스폰서들의 불만은 가중되고 있다.

구 회장은 한 때 SNS를 삭제했으나 지난해 11월 재개했다. 회장의 SNS활동에 대해 지적하거나 만류할 사람도 사무국 내에서는 없어 보인다. 사무국의 임직원이 구회장을 위한 사기업 직원처럼 움직이기 때문이다.

김병준 KGT대표 겸 KPGA 부회장은 구 회장의 예스코홀딩스 대표 시절 비서였다. 협회 살림을 맡은 D사무국장 역시 예스코홀딩스 출신이다. C실장, B프로는 구 회장측 인사다. 선수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권리를 챙겨야 할 협회의 결정이 회장 개인의 판단과 고집으로 무사 통과될 우려가 짙다.

국내 스포츠 단체 중 최장 파업 사태가 발생한 건 그래서였을까? 노조에 가입했던 직원들은 예산과 회계 업무에서 배제됐다. 협회 행정이 파행을 거듭한 가운데 투어의 국제 역량은 뚝 떨어졌다. 세계골프랭킹(OWGR)에서 코리안투어 포인트가 예전보다 대폭 삭감된 대우를 받고 있다. 일부 선수들은 해외 투어로 살길을 찾아 빠져나가고 있다.

올해 KPGA 총회가 파행으로 중단됐고, 챔피언스투어 개막전이 취소됐으며 2부 스릭슨투어 예선전은 홀컵 규격을 확인하지 않아 무산됐다. 설화와 논란을 야기하는 협회장, 그의 지시를 떠받드는 사무국이 오늘날 KPGA 집행부의 풍경이다.

지난 3년간 KPGA의 발전의 동력과 투명한 의사결정이 막혔다. 그렇다면 회원들은 생각해봐야 한다. 협회의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

* 이번 시리즈 기사에는 전현직 협회 회원들이 많은 의견과 제보를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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