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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돌봄 시스템 30년’ LPGA-‘출산 후 36개월 휴가’ JLPGA…KLPGA는?

김지한 기자2023.04.03 오후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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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는 아이 돌봄 시스템만 30년째 운영하고 있다. 미국 프로스포츠를 통틀어서도 가장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췄단 평가다. [사진 LPGA]

<클럽하우스 플러스> 저출산 고령화 시대, 국내 투어의 ‘엄마 골퍼’ 정책은 있는가.

26명.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자녀를 둔 채로 활동을 하거나 육아 휴직 중인 골퍼들 숫자다. LPGA 투어에서 활동중인 한국 여자 골퍼도 이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박희영, 허미정이 육아 휴직을 신청해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해외 선수 중에선 줄리 잉크스터(미국), 크리스티 커(미국),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카트리오나 매슈(스코틀랜드) 등이 투어에서 ‘엄마 골퍼’로 활동하고 있다. 이달 말 출산 예정일을 두고 있는 ‘골프 여제’ 박인비를 비롯해 카롤린 마손(독일), 소피아 포포프(독일) 등 3명은 ‘예비 엄마’로서 곧 LPGA의 출산 휴직을 적용받을 예정이다.

한국 사회에선 ‘저출산 고령화’라는 시대적 화두가 떠올려져 있다. 합계 출산율 역대 최저를 기록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해법이 절실한 상황, 골프계도 예외는 아니다. 3일 밤 9시 방송될 JTBC골프 프로그램 <클럽하우스>에선 ‘엄마 골퍼’ 박희영과 안선주가 출연해 엄마 골퍼로서의 고충은 물론 해외 투어 육아 정책을 함께 살펴보면서 국내 투어가 개선해야 할 ‘엄마 골퍼’ 관련 시스템을 향한 화두를 던졌다. 여기서 해외 투어와 국내 투어 사이의 비교된 문제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LPGA 투어는 엄마 골퍼를 위한 아이 돌봄 시스템을 30년 전인 199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LPGA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LPGA 선수들과 직원들에게 육아 서비스를 제공했다. 운동 선수 엄마들이 아이를 낳은 뒤에도 그들의 경력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는 골프를 넘어 세계 최초 여성 프로 스포츠 육아 서비스를 시작, 선진화된 아이 돌봄 시스템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동 보육 전문 자격을 가진 직원 3명과 각종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대회가 있을 때마다 이동형 어린이집 시스템을 운영한다. 오전 5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 시간도 길다. 운영 초기엔 시행착오도 겪었다. 전국 어린이집 체인과 계약하다보니 주말에 운영되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한 유기농 식품 제조사가 이 시스템의 후원사로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자녀가 초등학생인 경우면 박물관, 동물원 등 견학을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흥미로운 건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LPGA가 어린이집 위치를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동형 어린이집 안팎엔 경찰이 상주한다. LPGA 관계자는 “선수들의 자녀에 해가 가해지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자녀를 둔 엄마 골퍼는 주말에도 걱정 없이 이동형 어린이집 시스템 속에 투어 활동을 하고 있다.


스테이시 루이스는 출산 후에도 투어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사진 Gettyimages]

LPGA의 출산 관련 정책도 눈여겨볼 요소들이 많다. LPGA는 2019년 출산한 선수들의 휴직 기간을 최대 2년까지 늘렸다. 휴직 기간 동안 시드를 유지할 수 있다. 이른바 ‘워킹 맘’으로서의 권리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선수도 반긴다. 박희영은 <클럽하우스>에서 “2년 동안 육아에 매진해도 되고, 이전에 복귀를 할 수도 있다. 동료 골퍼 중에서 싱글맘이었는데 힘들어했던 골퍼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 덕분에 다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그 선수는 ‘(만약 시스템이 없었다면) 아마 우울증으로 힘들어하거나 다시 골프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LPGA에선 엄마 골퍼 중에서 줄리 잉스터, 카트리오나 매슈, 스테이시 루이스 등이 출산 후 우승을 경험했다.

LPGA의 육아, 출산 시스템을 들은 안선주는 “엄마가 되면 골퍼로서 다시 돌아오기 쉽지 않은 게 솔직한 현실이다. 저런 시스템이 생긴다면 결혼한 유부녀 골퍼들도 아이를 많이 낳으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선주가 한동안 주무대로 활동했던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는 최근 출산 관련 시스템을 개선한 곳으로 꼽힌다. JLPGA 투어 산휴 제도(출산 휴가)에 따르면, 출산일로부터 최대 36개월까지 제한을 두고 휴가를 신청할 수 있다. 과거 JLPGA 투어는 일부 선수로 제도 적용을 제한했지만, 최근엔 스텝업(2부) 투어를 포함해 모든 투어에 등록된 선수가 마음껏 출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했다.


JLPGA 투어를 이끌고 있는 고바야시 히로미 회장. [사진 Gettyimages]

JLPGA 투어가 내놓은 출산, 육아 시스템 개선 이유도 흥미롭다. JLPGA투어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맞게 대응하는 게 필수적인 시대에 선수들이 쉽게 출산 휴가를 쓸 수 있게 하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물론 개선해야 할 사항도 없지 않다. 엄마 골퍼가 비교적 많은 하부 투어에서 어린이집이 설치돼 운영된 대회가 있었지만, 1부 투어에선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일본 매체 '디 앤서'는 지난 2021년 “황금 세대로 불리는 젊은 선수들이 여자 투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출산 후 복귀할 수 있는 투어가 되는 것도 매력적이 될 것이다. 골프도 하면서 결혼도 하고 아이를 갖고, 환경 조성을 위해 길게 보고 서서히 움직이는 것도 좋겠다”고 주장했다.


KLPGA 투어의 '산휴 신청' 관련 규정. 내용 자체가 복잡하다. [사진 KLPGA 홈페이지]

그렇다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어떨까. 국내도 출산 휴가 규정이 있다. 임신으로 연장 신청 시 최대 2년까지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규정이 복잡하다. ‘산휴 신청 선수 시드권 / 시드순위 연장’ 규정에 따르면 시즌 중 30%가 넘어가기 전에 산휴 시드권 연장 신청서와 임신 진단서를 함께 내야 한다. 규정이 적용되는 시점도 모호하다. 규정에 ‘출산일 기준’ ‘신청일 기준’ 등이 따로 명문화돼있지 않다. 최근 출산한 한 선수는 신청 시점을 넘기는 바람에 출산 휴가 자체를 아예 받지 못하기도 했다.

엄마가 돼도 정상급 골퍼들이 꾸준하게 투어에 나서 경기하는 모습은 시사하는 면이 크다. 경력 단절 없이 투어 생활을 하면서 궁극적으로 워킹맘에 대한 선입견과 장벽을 깨는 의미도 담겼다. KLPGA 투어가 한 선수만 아닌 한 여성, 엄마로서 투어 멤버들을 바라보고 정책을 편다면, 미래에 더 성장하는 투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3일 JTBC골프 <클럽하우스>에 출연하는 안선주(왼쪽)와 박희영. [사진 JTBC골프]

* 박희영과 안선주가 전하는 ‘엄마 골퍼’ 이야기는 4월 3일(월) 오후 9시 JTBC골프 프로그램 <클럽하우스>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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