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골프코스설계가협회 총회 세미나에 모인 설계가들.
파3, 파4, 파5 홀에 좌우 도그레그 등 땅을 캔버스 삼아 한 라운드 골프 18개홀을 만들어내는 코스 설계가들이 뭉쳐 한국골프코스설계가협회(KSGCA: Korean Society of Golf Course Architects)를 창설했다.
지난주 경기도 포천의 27홀 대중제(퍼블릭) 라싸 골프장에서 권동영 골프코스디자인 대표를 주축으로 송호, 서우현, 유창현, 이현강, 백주영 등 한국에서 활동하는 주요 코스 설계가 18명이 협회 총회와 함께 세미나를 개최했다.
십여년 전 송호골프코스디자인그룹 송호 대표가 주축이 되어 처음 설립된 이 협회는 이후 골프 경기 악화 등으로 인해 활동이 둔했다가 최근 팬데믹을 통한 골프장 사업이 활황을 띄면서 사단법인으로 규모를 키워 발족하게 됐다.
권 회장은 “설계가 협회를 통해 전문성을 갖춘 코스 설계가들이 친환경 코스 건축 관련 자문, 국내 골프장의 안전과 표준 등에 대한 의견을 내고, 한국의 골프장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협회는 사단법인인 만큼 골프장 건설과 관련된 연구활동은 물론 자문, 서비스 용역 등을 통해 재정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국내 골프장은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505곳이며 18홀 기준으로는 551.6곳에 이른다. 90년대만 하더라도 국내 코스 숫자는 50여곳 남짓이었고 주로 일본과 미국의 외국인 설계가들이 한국에 들어와 골프장을 설계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의 토양과 지형을 잘 아는 토종 설계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외국에서 전문적인 코스 설계학과 공학을 배운 전문가들도 다수 참여해 골프장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골프장 오너들은 아직까지는 외국인 설계가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런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게 KSGCA가 나온 배경이다. 실제로 한국의 여러 코스 설계가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명문 코스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국내 설계가들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베트남, 중국 동남아시아에서 설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골프에 대한 열정이 높은 골퍼가 500만명 이상 있고, 산악면적이 국토의 70%를 차지하고, 설계 인허가 기준이 까다로우면서도 공사 비용도 많이 드는 게 한국의 골프장 시장이다. 한국에서 코스를 만든 경험을 쌓은 설계가라면 해외 설계가와 겨뤄도 실력에서 경쟁력이 있고, 해외 어디로 나가든 충분히 역할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