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투어에서도 보기 힘든 천연 잔디 드라이빙레인지[사진 던롭스포츠코리아]
던롭스포츠코리아는 올해로 3년째 스릭슨투어를 개최하고 있다. 연간 상금과 운영비만 놓고 본다면 1부 투어 대회를 하나 열어도 충분할 규모로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2부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이유는 없다. 이른바 하부 투어가 탄탄해야 경쟁력을 갖춘 선수들이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오고 그들이 자양분이 되어 국내 남자 투어가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3년 만에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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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링스영암컨트리클럽의 10월은 골프장 전체가 붉은빛으로 물들어 눈부시다. 목포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는 석양이 영암호를 끼고 조성된 링스 코스의 갈대밭을 물들인다. 그리고 한국프로골프(KPGA) 스릭슨투어 최종전(20회 대회)이 열리는 카일필립스 코스가 스릭슨의 대표 색상인 붉은색으로 뒤덮인다.
2020년부터 4년간 스릭슨투어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홍순성 던롭스포츠코리아 대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면서 “단기간에 후원 효과를 보는 건 불가능하다. 앞으로 3년은 지나야 노력의 결실을 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지면 우리 회사도 분명 좋은 일”이라며 “전체 판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년이 흘렀다. 홍 대표는 “이번 20회 대회가 KPGA투어 발전과 선수들의 성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며 “지난 3년간 스릭슨도 함께 성장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KPGA투어(2부, 시니어 포함) 볼 사용률 1위라는 자랑스러운 타이틀도 얻었다”면서 “2023년에도 스릭슨 투어를 더 잘 준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부 투어로 가는 황금 티켓
10월 7일부터 사흘간 열린 스릭슨투어 20회 대회의 우승은 최종 합계 9언더파 207타를 기록한 정재훈이 차지했다.
합계 6언더파 210타를 기록한 김상현은 대회에서는 아쉽게 2위에 머물렀지만 스릭슨 포인트 1위에 오르며 2023년 코리안(1부)투어에 진출하게 됐다. 20회 대회까지 스릭슨 포인트 상위 10명이 내년 시즌 1부 투어 출전권을 부여받았다.
김상현은 경기를 마친 후 “던롭스포츠코리아가 주최하는 스릭슨투어 덕분에 우리 남자선수들은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면서 “그 후원으로 내년 코리안투어에 진출한다. 내 성공이 후배 선수들에게 좋은 교과서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열일곱 살에 골프를 시작한 김상현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2부와 3부 투어(프론티어투어)에서 활동해왔다. 그가 8년 동안 벌어들인 상금은 2000만원 남짓이었다. 하지만 김상현은 올해만 약 6700만원을 상금으로 벌었다.
김상현은 “매일 6시가 되면 일어나 훈련을 시작했다. 멘털과 퍼트가 좋아지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그것을 계기로 코리안투어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며 “정말 꿈만 같은 일이다. 무엇보다 스릭슨의 후원을 받는 선수로서 스릭슨 포인트 1위로 진출하게 된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하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김상현은 “나에게 스릭슨투어란 넘버원 골프 선수 김상현을 만들어준 투어”라고 정의를 내렸다. 그러면서 그는 “2023년에 시드 유지와 우승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2023년 코리안투어로 가는 황금 티켓을 받은 10명은 김상현을 비롯해 박형욱, 이유석, 정재훈, 박준혁, 정지호, 정지웅, 김학형, 최영준, 구재영이다.
스릭슨 투어밴까지 특급 서비스
스릭슨투어는 아무리 2부 투어라도 선수의 기량 증가와 사기 진작을 목표로 하는 대회이니만큼 정규투어 못지않게 갖출 건 다 갖춘 채 참가 선수를 맞이한다.
대회장 한쪽에는 스릭슨 투어밴을 상주시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돕는다. 트랙맨이나 GC쿼드로 샷을 정밀 분석하고 클럽 피팅을 통해 선수들이 최상의 실력을 발휘하도록 지원한다.
1부 투어에서도 보기 힘든 천연 잔디의 드라이빙 레인지를 마련해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은 2부 투어라고 도외시하던 사람들이라도 혀를 내두를 만하다.
개인 캐디를 동반하고 걸어서 플레이하는 경기는 2~3부 투어에선 찾아보기 힘든 방식이다. 대회가 열릴 때도 뒤에 내장객을 받아 운영하려고 새벽 티오프는 기본이고 카트로 선수를 실어 나르며 속도전을 치르기 일쑤다. 그러니 선수들은 1부 투어와 괴리감에 투어 적응이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다.
또 주최사 던롭스포츠코리아 측에서는 대회 마지막 날 선수와 대회 관계자들이 추운 날씨에 잠깐이나마 몸을 녹일 수 있도록 따뜻한 음료와 간식을 제공하는 커피차를 배치했다. 사소하지만 이런 세심한 배려가 참가 선수들의 사기를 진작하기에 충분하다.
홍순성 대표는 “국내 남자 골프에 대한 애정이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밑바탕이 됐다. 골프로 받은 사랑을 골프 발전을 위해 쏟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내년에도 발전한 모습의 스릭슨투어로 만들기 위해 남은 시간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하겠다”면서 “스릭슨의 도전은 2023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선수를 대우할 줄 아는 스릭슨투어는 한국 남자 골프 발전을 위한 주춧돌을 하나씩 쌓아가고 있다. 그 위에 만들어진 누각에서 바라보는 붉은 노을처럼 전 세계 골퍼의 마음속에 스릭슨의 강력한 붉은색이 스며들길 기원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