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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위해 집까지 내주는 최운정, 'LPGA 한국 홍보대사'

김두용 기자2017.10.10 오전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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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인천 송도의 한 한식당에서 LPGA의 가족들이 모여 한식을 즐기는 등 정겨운 시간을 보냈다. [최운정 제공]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의 연례행사인 ‘최운정 인비테이셔널’이 올해도 변함없이 열렸다. 선수와 가족, 캐디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이 모임은 올해로 7회째를 맞았다. 브리타니 린시컴(미국)이 9일 오후 한국 도착 직후 숙소에 가방만 놓고 바로 달려올 정도로 ‘최운정 인비테이셔널’은 선수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9일 인천 송도의 한정식 전문식당인 백제원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관계자들로 북적거렸다. 호스트인 최운정을 비롯해 리디아 고, 브리타니 린시컴(미국),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 산드라 갈(독일), 포나농 팻럼(태국), 우에하라 아야코(일본), 알레나 샤프(캐나다) 등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최운정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동료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만찬 자리에는 40여 명이 모였다. 올해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자 노르드크비스트는 남자친구를 데려오기도 했다.

메인 메뉴는 모든 선수들이 좋아하는 갈비였다. ‘갈비 파티’와 더불어 토속적인 음식들이 차례로 올라왔다. 식당의 메뉴에는 없었지만 외국 선수들의 요청으로 잡채와 녹두전 등도 한상 차려졌다. 그리고 한국인이 추석 명절에 즐겨 먹는 송편과 갖가지 떡들도 올라와 더욱 한국적인 밥상이 됐다. 선수들은 갈비 후식으로 냉면까지 후루룩 먹어치우며 ‘한국 고깃집 풀코스’를 경험했다.

부드러운 소갈비뿐 아니라 잡채와 녹두전 추가 주문 요청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산드라 갈은 “녹두전은 정말 환상적”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린시컴과 노르드크비스트는 2명이서 15인분을 뚝딱해치우는 등 ‘갈비 마니아’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최운정 자매와 리디아 고 자매.

보는 이도 흐뭇하게 만드는 한식 폭풍 흡입뿐 아니라 선수들의 술잔이 오가는 정겨운 풍경도 이색적이었다. 지난해 이 행사에 참석한 뒤 소주와 맥주를 섞어 제조하는 이른바 ‘소맥’의 맛에 빠진 재키 콘코리노(미국)는 ‘원샷’을 외치며 분위기에 맘껏 취했다. 콘코리노는 올 3월부터 최운정에게 한국 대회가 기다려진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술이 들어가자 선수들의 얼굴은 붉게 상기됐고,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이날만큼은 경쟁에서 벗어나 술잔을 주고받으며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투어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미국 무대를 노크했던 최운정은 '한국문화 홍보대사'를 자청하고 있다. 그는 “이번에는 선수들의 편의를 위해 숙소와 가까운 한식당으로 옮겼다. 갈비와 잡채뿐 아니라 냉면을 처음 맛보는 선수들이 ‘너무 맛있다’며 손가락을 치켜세워 뿌듯했다”며 “조금이나마 한국의 좋은 문화를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운정은 한국의 집으로도 선수를 초대하는 등 한국문화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우에하라 아야코는 지난 7일 한국에 도착해 이틀 밤을 수서에 있는 최운정의 집에서 묶었다. 최운정은 우에하라와 함께 맛있는 한국 음식을 먹고 강남역 주변과 롯데월드 아이스링크 등도 데려갔다. 우에하라는 “2013년에 이어 한국은 두 번째 방문인데 서울 구경은 처음이다. 삼겹살을 좋아하는데 알탕도 조금 맵지만 정말 맛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이 같은 최운정의 행보는 결코 쉬운 게 아니다. 큰돈을 내어 식사 대접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마음을 먹었다 하더라도 이처럼 많은 선수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일은 더 어렵다. 이미향의 아버지 이영구 씨는 “미향이도 이런 자리를 마련하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선수들을 모으는 게 더 힘들었다. (최)운정이는 정말 세계의 어떤 선수도 실천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한편 250만원 가까이 나온 음식 값은 호스트인 최운정이 통 크게 계산했다. 몸에 배인 고기 냄새처럼 한국의 정을 한가득 가슴에 품은 선수들은 ‘김치’를 외치며 단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못다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최운정이 대절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송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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