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퍼트 입스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어니 엘스.
어니 엘스(남아공)는 마스터스에서 조던 스피스의 역전패만큼이나 충격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엘스의 마스터스 1라운드 1번 홀. 1m 내의 거리에서 퍼트가 빗나가기 시작하더니 총 6개의 퍼트를 했다. 홀을 스치지도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만 나갔다. 당시 엘스는 “머리 속에 뱀이 있었다. 여기서 나갈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당혹감을 표했다. 퍼트 입스 논란도 불거졌다.
이 장면을 본 제이슨 데이는 “그런 장면은 처음 본다. 선수 생명을 끝낼 수 있는 그런 장면을 보는 건 안타깝다”고 했다.
엘스의 퍼트 입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건 꽤 됐다. 지난해 10월 던힐 챔피언십에서 50cm 퍼트를 놓치면서 시작됐다. 이어 지난 1월 남아공 오픈에서도 약 46cm 퍼트를 또 놓쳤다. 이 두 개의 퍼트는 모두 홀에서 한참 벗어난 곳으로 향했다. 입스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다.
엘스는 처음 퍼트 입스 논란이 제기됐을 땐 실수였을 뿐이라며 부인했다. 그립을 바꿔보라는 주변의 권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아공 오픈에서도 실수가 나오자 심각함을 느낀 듯 크로스 핸디드 그립으로 바꿨다. 이후 입스 증세는 한창 나타나지 않다가 마스터스에서 다시 나타난 것이다.
골프는 멘털 스포츠다. 입스는 골퍼들에게 치명적이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첫 승을 거둔 아리야 주타누간(태국)도 한동안 드라이버 입스 증세에 시달리며 대회에 아예 드라이버를 가져오지 않고 우드로 대체하기도 했다. 그러나 퍼터는 대신할 클럽이 없다. 극복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지만 심리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사라지기 힘들다.
13일(한국시간)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엘스가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마스터스 이후 4번 째로 출전한 대회다. 이날 6언더파로 선두 데이에 3타 차 공동 7위에 오른 엘스는 25개의 퍼트를 했다. 짧은 퍼트 실수는 없었고 11, 17, 18번 홀에서 입스 논란이 있던 1m 내 거리의 퍼트를 모두 넣었다. 15번 홀에선 9m가량의 버디 퍼트를 넣는 등 퍼트감이 좋았다.
경기를 마친 엘스는 웃으며 “마스터스의 그 장면은 최대한 빨리 잊어달라. 지금은 편하다. 그 사건 이후 열심히 노력했고, 느낌이 좋다”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엘스가 입스를 벗어났다고 말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한창 퍼트 입스 논란이 불거질 때 엘스는 두바이 클래식 1라운드에서 공동 6위에 올랐다. 당시 엘스는 “지금은 편하다. 입스를 극복하고 제자리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마스터스 1라운드를 마친 엘스와 두바이 클래식 1라운드를 마친 엘스의 상황과 인터뷰가 매우 비슷하다.
원종배 기자
Won.Jongb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