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7·캘러웨이·사진)가 아버지 앞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까.
27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스윙잉 스커츠 LPGA 클래식 3라운드가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레이크 머세드골프장(파72·6507야드). 리디아 고가 먼 거리의 퍼트와 칩인 버디를 성공할 때마다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유난히 기뻐하는 한 갤러리의 모습이 카메라에 자주 포착됐다. 리디아 고의 아버지 고길홍(53)씨였다. 지난 주 롯데 챔피언십에서 처음으로 딸의 경기를 보러온 고씨는 이번 대회에서도 딸의 곁을 지키며 응원하고 있다.
리디아 고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난 대회에서는 좋은 퍼트와 샷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이번 주에 아버지와 어머니 앞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버지와의 특별한 경험도 털어놓았다. 그는 “아버지가 캐디를 해준 적이 두 차례 있는데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그 2번 외에는 아버지는 대회장에 잘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테니스 선수 출신인 아버지 고씨는 리디아 고가 LPGA 투어 챔피언 트로피를 차지했던 CN 캐나다여자오픈 때도 곁에 없었다. 그래서 딸은 더욱 더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정상에 오르고 싶어 한다.
운동 선수 출신답게 고씨는 리디아 고를 특별하게 훈련시켰고, 마인드 컨트롤하는 방법도 알려줬다. 그는 “내 딸이 정말 특별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난 리디아에게 ‘넌 특별하다’고 칭찬했다. 다른 것은 잘 몰라도 임팩트 순간 볼을 콘택트하는 감각은 아주 좋다”고 말했다. 또 “스윙 코치가 스코어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그것은 오로지 선수의 몫”이라며 경기에 관해선 특별히 관여하지 않는다.
연습 라운드 중 코스 공략을 상의하고 있는 리디아 고와 고길홍씨. [사진 골프사진작가 박준석]
오락가락하는 샌프란시스코의 날씨가 최종 라운드 변수가 될 전망이다. 3라운드에서는 따스한 햇살이 선수들의 플레이를 도왔다. 3라운드 선수들의 평균 스코어는 74.296타로 이번 대회 중 가장 좋았다. 물론 컷 통과한 선수들이 기록한 스코어라 그럴수도 있지만 5언더파 단독 4위로 3라운드를 마친 박희영(27·하나금융그룹)은 좋은 날씨 덕분에 경기하기가 수월했다고 말했다. 박희영은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4타를 줄였다.
28일 최종 라운드는 날씨가 썩 좋지 않을 전망이다. 오전에 소나기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고 강수 확률도 30% 정도다. 따라서 챔피언 조에서 경기하는 리디아 고와 스테이시 루이스(29·미국)는 촉촉하게 젖은 그린에서의 퍼트 능력이 중요해졌다. 온도는 15도까지 올라 골프하기에 적합하겠지만 습도가 80%로 높을 것이다.
리디아 고는 2년 전 CN 캐나다여자오픈에서 루이스와 챔피언 조에서 경기를 했고 우승컵을 차지한 바 있다. 루이스는 “리디아 고의 장점은 성숙함이다. 공이 어느 위치에 떨어졌든 그의 얼굴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이번 대회에서 나흘 연속 루이스와 함께 라운드를 펼치게 된 리디아 고는 “루이스와 같은 훌륭한 선수와 함께 경기하는 것은 기분 좋고 즐거운 일이다. 옆에서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지은(22·한화)은 익숙한 골프장에서 LPGA 투어 첫 승을 노린다. 리디아 고와 루이스, 신지은은 28일 오전 5시35분부터 챔피언 조에서 우승컵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J골프는 대회 최종 라운드를 오전 7시45분부터 생중계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