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과 공동선두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부담이 컸지만 그 동안의 경험이 나를 이끌어줄 것으로 믿었다."
박인비는 US여자오픈 마지막날 자신을 낮췄지만 확신을 갖고 경기를 시작했다. 러프가 깊고 그린의 언듈레이션(굴곡)이 심한데다 핀이 어렵게 꽂히는 이런 골프장에서는 4타 차의 선두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게 박인비의 생각이었다.
박인비는 우승 직후 "내가 이런 일을 해낼 능력이 있었다고 생각하니 무섭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미국 골프채널은 이 코멘트를 '오늘의 명언'으로 소개했다. 박인비는 "아침에 엄마(김성자·50)가 끓여준 감자국과 부두조림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역사에 남을만한 일을 하게 돼 정말 영광이다. 오늘 온종일 플레이가 너무 좋아 기쁘다.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현지 언론은 '평온의 여왕'이라고 평가했는데 긴장하지는 않았나.
"어젯밤부터 경기 초반까지 약간 긴장했다. 그런데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편안했다. 앞서 2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하고 US여자오픈에 왔다. 그런 좋은 모멘텀이 그대로 이어진 것 같다."
-대기록에 도전한다는 생각은 했나.
"생각 안 하려고 했다. 내가 선택한 결정을 믿고 경기에만 집중했다."
-언제부터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마지막까지 경기에 집중하려 했기 때문에 실감이 나지 않았다. 18번 홀의 마지막 퍼팅 뒤에야 큰 숨을 쉬었다."
-올해 스스로 세운 목표는 무엇인가.
"일단 올해의 선수상을 받고 싶다. 주변에서 '캘린더 그랜드슬램(한 시즌에 4개 메이저대회 우승)'의 기회가 있다고 하시는데 신경을 안 쓰려고 노력한다. 먼저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기회가 주어지면 한국대표로 나설 것인가.
"아직 3년이나 남은 일이라 말하기 어렵다. 태극기를 달고 뛸 수 있다면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일정은.
"우선 다음 주는 라스베가스에서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그리고 캐나다와 오하이오에 열리는 시합에 참가한 뒤 7,8월 중 한국에 가려고 한다."
최창호 기자 ch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