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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제조기' 김세영이 돌아본 전설을 쓴 하루

이지연 기자2018.07.09 오후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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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최저타 신기록으로 우승한 김세영. 최종일 "차분하게 경기하자"는 주문을 스스로 걸었던 그는 우승 뒤 세리머니도 차분하게 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손베리 크릭 앳 오네이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손베리 크릭 LPGA 클래식 최종 4라운드.

3라운드까지 24언더파를 기록, LPGA투어 54홀 최저타 타이 기록을 낸 김세영은 대기록 도전을 향한 힘찬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 식사는 어머니가 정성껏 차려주신 카레였다. 김세영은 "카레를 워낙 좋아한다. 즉석 카레가 아니라 육수에 몸에 좋은 각종 야채와 고기를 넣고 만들어주신 카레를 먹고 힘이 났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이날 아침 마음을 추스르자는 주문을 스스로에게 걸었다. 김세영은 "3라운드에서 54홀 최저타 타이 기록을 내고 솔직히 좀 흥분이 됐다. 그러나 이내 이런 상황은 좋은 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종일에 못 칠 수도, 잘 칠 수도 있지만 동요되지 말고 담담하게 받아들여야겠다고 되새겼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최종 라운드의 목표를 '노보기 플레이'로 정했다. 그리고 자신의 목표처럼 보기 없는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버디만 7개를 잡아내며 7언더파. 최종 합계 31언더파를 적어낸 그는 68년 LPGA 역사상 누구도 밟아보지 못했던 30언더파 고지를 가뿐히 넘어섰다.

23언더파로 출발한 김세영은 전반 9홀에서 4타를 줄여 9홀을 마친 뒤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던 최저타 기록(27언더파)을 갈아치웠다. 후반 9홀에서 버디 3개를 추가하면서 기록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18번 홀에서 파로 홀 아웃한 뒤 특유의 미소를 만면에 머금은 채 갤러리를 향해 한 손을 들어 흔들며 세리머니를 했다 .김세영은 "사실 18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한 뒤 긴장이 풀렸다. 아직 퍼트가 남아 있는데 입이 귀에 걸려서 표정 관리가 안 됐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마지막 퍼트를 넣었다. 원래 세리머니는 그 순간의 감정에 의해 나오는 편인데 그 순간 아무 생각이 안 났다. 그저 좋아 그런 세리머니를 했다"고 말했다.

LPGA투어 통산 7승을 거뒀지만 아직 메이저 우승이 없는 그에게 "메이저 우승과 기록 도전 중 어떤 것이 더 좋냐?"는 질문을 건네자 김세영은 주저 없이 "기록 도전이죠"라고 답했다. 김세영은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코스 안에서 다 쏟아내는 것이 목표이고, 그런 면에서 기록 도전은 내 궁극적인 목표에 가장 가깝다"며 "결과에 연연하기보다는 계속 도전하면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우승 뒤 각종 인터뷰로 인해 오후 9시 30분에야 코스에서의 긴긴 하루를 마친 김세영은 그 날 밤 부모님과 함께 숙소에서 조촐한 축하파티를 했다. 그리고 새벽 1시30분이 되도록 축하 문자를 확인하고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피곤하지 않냐?"고 묻자 김세영은 "다른 선수들보다 덜 쳐서 그런 지 생생하다. 이번 주 마라톤 클래식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겠다"고 웃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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