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뉴스

<클릭 2018>③심적인 변화 겪은 전인지의 새 출발

김두용 기자2018.01.04 오전 9:10

폰트축소 폰트확대

뉴스이미지

전인지는 새 시즌을 준비하는 LPGA투어 스타 중 심적인 변화가 가장 심했던 선수 중 한 명이다. [KLPGA 제공]


‘덤보’ 전인지는 2018년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를 앞두고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선수 중 한 명이다. 2017년 내내 메인 스폰서 없이 뛰었지만 올해는 든든한 스폰서가 생겼다. 심적인 변화가 클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세계랭킹 5위 전인지는 금전적으로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메인 스폰서가 없었다는 건 자존심의 문제였다. 민모자를 써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으로 이어졌지만 오랫동안 참고 기다린 끝에 고대하던 든든한 스폰서를 만났다.

스폰서 계약으로 자존심을 회복한 전인지는 활기찬 2018년을 예고했다. 그는 “메인 스폰서는 결혼과 같이 중요한 결정이다. 긴 여정을 끝까지 함께 할 스폰서를 만났다”며 “가슴이 설레고 기운이 솟구친다. 힘찬 새 출발을 하겠다”고 남다른 의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3일 공식 팬클럽 ‘플라잉 덤보’의 따뜻한 배웅 속에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전인지는 새로운 도약을 약속했다.

2017년 가장 아쉬웠던 건 승수 추가 실패다. LPGA투어 2승을 기록하고 있는 전인지는 지난해 우승 없이 준우승만 5번 했다. 그렇지만 아주 실망스러운 성적표는 아니다. 그는 69.41타로 평균 타수 3위에 올랐고, 125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여 상금 순위 11위를 기록했다. 최저타수상을 받았던 2016년의 69.58타보다 오히려 평균 타수가 낮아졌다.

전인지는 수차례 우승 경쟁을 했지만 정상 등극에는 실패했다. 2위를 5번 했지만 선두를 질주하다 역전패를 당하진 않았다. 전인지도 잘 했지만 더 좋은 스코어를 내는 선수들이 나와 번번이 우승컵을 내줘야 했다. 기록을 살펴보면 2016년보다 2017년 LPGA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 이뤄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평균 타수만 보더라도 상향 평준화됐다. 전인지는 2016년보다 낮은 스코어를 적고도 최저타수상에 실패했다.

2016년 전인지는 최저타수상뿐 아니라 60대 타수를 가장 많이 기록한 선수였다. 60대 타수 37번으로 이 부문 1위였다. 하지만 2017년에는 60대 타수를 40번이나 기록했지만 6위에 머물렀다. 2016년보다 2017년 대회 수가 조금 늘었다지만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 2017년에 전인지를 포함해 무려 12명이 60대 평균 타수를 기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역대 최다 숫자였다. 2016년에는 단 5명만 60대 평균 타수를 적었다.

그렇다면 전인지는 2016년에 비해 발전이 없었던 걸까. 평균 타수와 그린 적중률을 본다면 그렇지도 않다. 전인지는 지난해 그린 적중률 77.03%로 이 부문 4위에 올랐다. 2016년 72.45%보다 많이 향상됐다. 다만 스코어를 결정 짓는 퍼트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그린 적중 시 퍼트 수가 2016년 1.74개에서 2017년 1.77개로, 평균 퍼트 수는 29.07개에서 29.61개로 나빠졌다. 특히 날카로운 아이언 샷으로 핀에 잘 붙이고도 쇼트 퍼트를 놓치는 안타까운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

다른 톱랭커와 비교했을 때 전인지의 약점은 거리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장타자라 해서 골프를 잘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장타자에게는 분명한 이점이 있다. 티샷을 멀리 보내면 짧은 클럽으로 그린 공략이 가능하기 때문에 핀 가까이 붙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인지의 2017년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52.18야드로 79위를 기록했다. 중하위권으로 볼 수 있다.

전인지도 자신의 게임 능력 향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 2017년 부상과 통증 없는 시즌을 보냈던 그는 동계훈련 기간 거리를 늘린다는 복안이다. 2016년 부상으로 고생했지만 이제는 통증이 없어져 보다 자유로운 풀스윙이 가능해져 거리 증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충분히 장타를 날릴 수 있는 체격 조건을 갖췄다.

심적으로 안정을 찾아 ‘준우승 징크스’를 털어낸 좋은 선례가 있기 때문에 전인지의 2018년도 기대감을 낳고 있다.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2014년 6월 이후 준우승만 12번을 기록하다 지난해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마침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루이스를 잡아준 건 남편 채드웰이었다. 휴스턴대 여자골프팀 코치이기도 한 채드웰은 루이스의 코치를 자처하며 아내의 마음을 어루만져줬다. 2016년의 결혼이 심적인 안정을 가져왔다.

2018년 새 출발을 예고하는 전인지에게 갖가지 긍정 요소가 엿보인다. ‘메이저 킬러’이기도 한 전인지는 올해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로 첫 번째 메이저인 ANA 인스퍼레이션을 꼽고 있다. 전인지의 메이저 본능이 기대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