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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 차별 없애는 LPGA, '포포프 룰' 생긴다

김지한 기자2021.02.09 오전 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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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AIG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소피아 포포프.

지난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선 두 차례나 ‘신데렐라 스토리’가 쓰여졌다. AIG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소피아 포포프(29·독일)와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김아림(26)이 비회원 자격으로 메이저 대회를 제패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들이 곧장 얻은 특전은 많지 않았다. 우승한 뒤에도 몇몇 대회 출전에 제약이 있었다. 시즌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해 가리는 CME 레이스 포인트 상위 70명 안에 들지 못해 최종전인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도 나서지 못했다.

‘신데렐라 스토리’를 쓰고도 차별을 받았던 비회원 우승자 사례가 LPGA 투어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미국 골프위크는 9일 “LPGA 투어가 선수 회의를 통해서 올해부터 비회원 우승자 특전 관련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LPGA 비회원이었단 이유로 메이저 우승을 하고도 찝찝한 한 시즌을 보냈던 포포프를 본따 ‘포포프 룰’이라고도 불렀다.

포포프는 지난 시즌 내내 주목받았다. 2부 투어 출전권만 가졌던 그는 AIG여자오픈에서 우승해 생애 첫 메이저 퀸이 됐다. 그러나 포포프에게 모든 혜택이 곧장 돌아가지 않았다. 비회원이었기 때문이다. 각종 우승 특전은 2021시즌에서야 적용받았다. 이 때문에 ANA 인스퍼레이션, US여자오픈 등 AIG여자오픈 이후 치러진 다른 메이저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AIG여자오픈 우승 상금(67만5000 달러)과 CME 레이스 포인트 기록은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래서 지난해 상금 랭킹이 77위(12만674달러)에 그쳤고, 시즌 최종전에도 나서지 못했다.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김아림도 마찬가지였다. 우승 상금 100만 달러를 받았지만, 역시 LPGA 투어 상금 랭킹과 CME 레이스 포인트 순위에 반영되지 않았다. US여자오픈 직후 곧장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이 열렸지만, 김아림은 곧장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LPGA 투어의 이같은 비회원 차별 사례는 골프계에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유럽 골프 스타들이 LPGA를 향해 일제히 맹비난했다.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는 “내가 주최하는 대회에선 5년 출전권을 주겠다”고 말했고, 토마스 비외른(덴마크)은 “말도 안 되는 규정에 골프가 웃음거리가 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마이크 완 LPGA 커미셔너는 “규정을 중간에 바꾸는 건 스포츠에서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개정될 비회원 우승자 특전 규정에 따르면, 비회원 자격으로 우승하면 일반 회원과 마찬가지로 해당 대회에서 받은 상금과 각종 기록이 순위에 곧장 반영된다. 또 우승 직후 곧장 다음 대회부터 투어 대회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이 가능해진다. 비회원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면 받던 회원 자격 기간도 2년에서 5년으로 늘어난다. 다만 바뀐 규정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골프위크는 “포포프와 김아림은 아쉽게도 소급 적용받지 않고, 그대로 2년 투어 카드를 받는다”고 밝혔다.

그나마 이번에 개정된 규정에 따라 메이저 대회나 국내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대회인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등을 통해 LPGA 투어 진출을 노리는 한국 선수들에겐 환영할 만 한 일이란 평가다. 그동안 고진영, 유소연, 전인지, 김효주 등이 비회원 우승자 자격으로 LPGA 투어 진출에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특전 혜택이 늘어남에 따라 미국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에게도 큰 동기 부여가 될 전망이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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