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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cm 악몽떨칠 기회 김인경 "다시 이곳에 온 것만도 행복해요"

기자2019.04.06 오후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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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열린 2라운드에서 김인경이 퍼트를 한 뒤 인사하고 있다.사진[Gabe Roux/LPGA]

2012년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17번 홀까지 유선영에 1타 차 단독 선두였던 김인경은 마지막 18번 홀에서 30cm짜리 파 퍼트를 남겨뒀다. 넣으면 우승, 넣지 못하면 연장전인 상황. 18번 홀 그린 뒤쪽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유선영은 캐디에게 "이제 그만 가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순간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김인경의 퍼트가 홀을 돌아 나왔다. 연장전에 끌려간 김인경은 유선영에게 패하면서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 남을 연장전 석패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7년. 대회명은 ANA 인스퍼레이션으로 바뀌었다. 대회명은 바뀌었지만 대회는 여전히 같은 코스에서 개최된다. 김인경은 "지금은 여기에 다시 와서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인경은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중간 합계 8언더파 단독 선두에 올랐다. 7년 전의 악몽을 떨쳐낼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김인경은 "리더보드에 굳이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예전에는 이 대회 우승이 제 목표 가운데 하나였지만 지금은 여기 와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이번 대회는 김인경의 시즌 세 번째 출전이다. 지난 동계 훈련 기간 동안 모든 클럽을 교체한 김인경은 어느 동계 시즌에 비해 적응 시간을 길게 잡았다. 지난주 KIA 클래식에서 공동 19위에 오른 그는 "아직도 클럽에 적응을 하는 기간인 것 같다. 그래도 적응이 좀 빨라서 도움을 많이 받고, 시합을 하면서 적응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지난주부터 경기력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2012년의 악몽 이후 슬럼프에 빠졌던 김인경은 2016년 레인우드클래식에서 6년 만에 통산 4승째를 거두면서 부활했다. 그리고 2017년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을 비롯해 3승을 거두며 최고의 해를 보냈다. 그러나 지난해 시즌 초 항공사의 실수로 클럽을 분실해 시즌 도중 클럽을 교체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부진했다. 김인경은 "지난해에 클럽 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그래서 지난 겨울에는 집중적으로 클럽 적응에 노력을 했다. 다시 경기를 할 수 있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아 좋다. 지금은 그 동안 연습했던 것을 코스에 나와서 테스트해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2라운드 후 기자회견에서 '이곳에서 아직 풀지 못한 숙제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김인경은 "골프를 즐기고 싶다"며 "결과에 대해서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기 아니기 때문에 늘 좋은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그리고는 "좋은 흐름을 계속 이어 나가고 내 경기 내용을 믿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통산 7승을 기록 중인 김인경은 "우승도 좋지만 선수로서 경기력이 좋아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일단 경기력이 발전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으며 그 밖의 것들은 일종의 보너스라고 생각하겠다"고 우승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캐롤라인 커크(호주)가 5언더파 2위, 고진영과 알리 맥도날드(미국)는 4언더파 공동 3위다. 박성현은 3언더파 공동 5위, 양희영과 이정은 6가 2언더파 공동 10위로 2라운드를 마쳤다.

JTBC골프에서 대회 3라운드를 7일 오전 5시45분부터 생중계한다.
이지연 기자 easygof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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